14. 첫 번째 사건이 정해지기까지
드라마를 쓰기로 했다
by heavenlyPD Aug 23. 2025
드디어 첫 화 에피소드를 결정했다.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고민은
주인공 형사의 트라우마를
언제 드러낼 것인가였다.
첫 화에서 곧바로 드러낼지,
아니면 천천히 쌓아갈지.
오랜 시간 맴돌던 고민 끝에,
결국 첫 화에서
그녀의 상처를 마주하기로 했다.
시청자들이 단순히 ‘형사’가 아니라,
상처를 지닌 한 사람으로서
주인공을 응원해 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1화는,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사건으로 시작한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주인공의 과거가 드러나고,
동시에 다른 피해자를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도 함께 보여주게 된다.
나는 메모장에 몇 가지를 적어 두었다.
*성범죄전담반을 소개할 것
* 주요 인물들의 성격을 행동과 대사로 드러낼 것
그리고 마지막 줄에는 굵직하게 이렇게 써 두었다.
“절대 다큐멘터리처럼 설명하지 말 것!”
대본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무것도 없는 워드 문서의 흰 배경이
이렇게 커 보일 줄은 몰랐다.
10년 넘게 수많은 대본을 써왔지만,
이렇게 압도적으로 다가온 적은 없었다.
마음을 가다듬으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 두려움은 당연한 거야.”
성범죄라는 주제는 그만큼 무겁고 예민하다.
소재 자체가 자극적일 수 있고,
자칫 잘못하면 누군가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 느끼는 압도감은
어쩌면 작가로서
당연히 감당해야 할 무게인지도 모른다.
물론 여전히 속으로 묻곤 한다.
“이게 과연 될까?”
그렇지만 그 질문이
불안이나 두려움으로 번지지는 않는다.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길을,
하나님께서 반드시 가장 선하게
인도하실 것을 믿기 때문이다.
내게 이 드라마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믿음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은 도전이다.
그래서 오늘도 기도하며 쓴다.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 지혜를 주시는 대로 쓰기를,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오직 그분께 영광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