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첫 번째 사건이 정해지기까지

드라마를 쓰기로 했다

by heavenlyPD

드디어 첫 화 에피소드를 결정했다.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고민은

주인공 형사의 트라우마를

언제 드러낼 것인가였다.

첫 화에서 곧바로 드러낼지,

아니면 천천히 쌓아갈지.


오랜 시간 맴돌던 고민 끝에,

결국 첫 화에서

그녀의 상처를 마주하기로 했다.

시청자들이 단순히 ‘형사’가 아니라,
상처를 지닌 한 사람으로서

주인공을 응원해 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1화는,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사건으로 시작한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주인공의 과거가 드러나고,
동시에 다른 피해자를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도 함께 보여주게 된다.


나는 메모장에 몇 가지를 적어 두었다.

*성범죄전담반을 소개할 것

* 주요 인물들의 성격을 행동과 대사로 드러낼 것


그리고 마지막 줄에는 굵직하게 이렇게 써 두었다.

“절대 다큐멘터리처럼 설명하지 말 것!”



대본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무것도 없는 워드 문서의 흰 배경이

이렇게 커 보일 줄은 몰랐다.


10년 넘게 수많은 대본을 써왔지만,
이렇게 압도적으로 다가온 적은 없었다.


마음을 가다듬으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 두려움은 당연한 거야.”


성범죄라는 주제는 그만큼 무겁고 예민하다.

소재 자체가 자극적일 수 있고,
자칫 잘못하면 누군가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 느끼는 압도감은

어쩌면 작가로서

당연히 감당해야 할 무게인지도 모른다.


물론 여전히 속으로 묻곤 한다.
“이게 과연 될까?”

그렇지만 그 질문이

불안이나 두려움으로 번지지는 않는다.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길을,
하나님께서 반드시 가장 선하게

인도하실 것을 믿기 때문이다.




내게 이 드라마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믿음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은 도전이다.


그래서 오늘도 기도하며 쓴다.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 지혜를 주시는 대로 쓰기를,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오직 그분께 영광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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