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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로토 Jan 07. 2019

34. 평생이면 좋겠지만

대놓고 부탁할 순 없잖아



결혼 전 살던 동네에 맛집인 생선구이 집이 있었다.
왜 과거형이냐면,

거기 요즘에 맛이 달라졌다고 소문났다.
아무튼 우리 둘 다 그 집 고등어구이에

고추냉이 간장을 찍어 먹는걸 좋아했었는데,
남편은 항상 생선 살을 발라서 내 쪽에 놔줬다.
고맙긴 하지만 괜히 민망스러운 마음에
어머, 우리 엄만 줄? 이라고 농담하다가

번뜩 정신이 들었다.
‘이러다간 나는 혼자 생선 살도 못 발라먹는

못난이가 되겠구나!’
그래서 앞으로는 하지 말라고 그랬다.

근데 그런 마음 다들 알려나?
진짜 진심으로 안 했으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너무 당장 그만두는 건 싫은 복잡한 마음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남편이

나의 철없는 속마음을 알았나 보다.

(아니면 내가 엄청 티를 냈거나)
그는 여전히 생선 뼈를 발라주고,

떡갈비도 먹기 좋게 잘라준다.
그래도 언젠가는 그만두겠지만
그때까지는 그냥 모르는 척 순진한 척

고맙게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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