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ceimou
*인터뷰 원문은 하단 링크를 통해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s://ceimou.com/blogPost/people3
인터뷰 제안을 받고 줄곧 인터뷰, 대화, 대담 같은 단어들을 떠올리다 보니, 머릿속을 계속 맴돌던 생각은 패션에 관한 이야기들을 기록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는 점이었다. 물론 유명한 디자이너들과 하우스들은 각자 알아서 자신의 아카이브를 정리하고 있을 테지만, 이제 막 발돋움한 브랜드, 학생, 프리랜서 등 비교적 눈에 띄지 않지만 저마다 자신의 패션을 실천 중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휘발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모두의 시작점이 같지는 않지만 결국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더 나아간다는 점에서, 정상에서 복기하는 것 만큼이나 출발 지점과 여정의 중간에서 기록하는 일 역시 본인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와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물론 마르지엘라가 솔기를 밖으로 드러내면서 패션에서 'making'을 수면 위로 올라오도록 했고, 미완성된 옷을 공개하면서 착용자에게 디자인의 결정권을 이양, 착용자의 존재 또한 대두되도록 하면서 업계에서 비교적 소외받아오던 대상들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었지만, 여전히 패션 시스템은 이미지들의 소비를 연료로 돌아가는 탓에 대다수의 경우 소통 역시 눈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심지어 점점 그 수명이 짧아지고 있는 트렌드는 눈으로도 쫓아가기 벅찰 때가 있다. 역시 이런 상황 속에서 말과 글로 풀어내어 이야기를 주고받고 기록을 남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게 우리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유행과 패션 속에 표류하기 위해, 당신의 스크린 크기 판형에 맞춰진 이미지만 바라볼 뿐 그 너머의 이야기에 대해 놓치고 있다.
위와 같은 상황이 굳어지어 가다 보니,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패션 디자인에서는 제작자도 전달자도 소비자도 텍스트를 통한 소통을 추구하는 태도가 드물다. 매해 수 차례의 프로젝트와 컬렉션에 쫓기다 보면 과정에 대해 돌아볼 순간조차 귀한데 언어로 정리하기란 더욱 힘들지 않을까. 더욱이 패션 '디자인'에는 통상적으로 의뢰를 맡기는 구체적인 클라이언트가 없고, 따라서 상대방에게 직접 작업물을 이해시켜야 하는 경우도 드물다. 하지만 패션 디자이너도 분명 자신의 작업에 대해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근거와 배경은 있을 것이다.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이 말이 알렉산더 맥퀸처럼 컬렉션과 옷에 스토리를 불어넣어야 한다거나 매 시즌 특정 주제를 설정하고 그 내용에 맞춰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디자이너는 흰색 무지 티셔츠 하나를 선보이더라도 원단의 무게, 봉제 방법, 상품 태그의 위치 등 본인만의 판단과 결정들이 곳곳에 개입되어 있는 티셔츠를 공개한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이미지를 통한 소통이 이 업계의 본질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한 언어로 브랜드의 가치, 전문가가 가지고 있는 태도, 작업의 과정 등을 설명하는 텍스트가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어제오늘 본인이 읽고 있는 텍스트들만으로는 옷과 패션, 패션과 사회, 개인과 옷 사이의 맥락을 파악하기조차 어렵고, 그래서 직접 패션에 대해 글을 남기는 일을 꾸준히 이어나가고자 한 듯하다. (당연히 이 문제는 우선적으로 필자의 역량 부족 탓이고, 언어 및 지리적 비대칭 등 그 외에 다양한 원인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태껏 글을 '제대로' 다뤄본 적이 없는 본인이 이 플랫폼에서 작성 중인 글들은 어떠한 체계나 계약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일기장처럼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의 연장에 불과해 사실 박무요라는 사람에 대해 질문할 거리는 있을까 의문일 정도로 이 글들을 꾸준히 읽어주고 나아가 대담 요청을 보내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이어나가면서 박무요라는 개인에 대한 발견보다는 패션에 관한 대담의 필요에 대해 공감을 얻은 것 같아 지금은 고마움을 넘어선 기쁨도 함께한다. 또한 돌이켜보면 앞서 패션 내에 글의 필요성을 역설했듯이, 반대로 글과 본인을 패션의 관점에서 읽어내고자 하는 시도를 접할 기회 역시 필요했는데, 그러한 점에서 본인이 도움을 받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결론적으로 이 인터뷰는 박무요라는 개인의 발견과 ceimou라는 브랜드의 아카이브 그 이상으로 패션과 텍스트 사이의 관계 자체에 대한 고찰의 기회도 마련해주었다. 이것만으로도 이번 대담은 의미가 깊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업계 속에서 꾸준히 패션을 실천 중인 곳과 업계 바깥에서 바라보고 있는 본인 사이의 이번 대화는 인터뷰와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게도 이어져 함께 참여하셨기를 바라고, 스크린에 떠다니는 단어들의 의미 그 이상의 무언가를 전달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2022.11.30
박무요
朴無要
instagram@parkmu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