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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무요 Dec 31. 2022

21. 비비안 웨스트우드

펑크의 현신

“extra-ordinary”

평범의 바깥에 위치한 사람. 비비안 웨스트우드라는 이름 앞에 올 수 있는 수식어는 셀 수 없이 많겠지만, 이 단어만큼 함축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비범하고 과감하게 패션을 뒤흔들며, 언제나 경계선에 위치한 사람.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1970년대 펑크 운동의 중추적인 인물로, 하위문화-반문화를 통해 하이패션을 전복했을 뿐만 아니라 현대에 이르러서는 패션이 패션에 그치지 않도록, 패션이 어떻게 문화뿐만 아니라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앞장서서 실천한 사람이다.


사회학자 Dick Hebdige가 지적하듯,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관습을 두고 볼 수 없었고, 실제로 ‘조치’를 취했다. 기존 패션의 입장에서 이 움직임은 하나의 테러와도 같았고, 이 테러는 유효했다.

Punk was a kind of cultural vigilantism, a way of saying that the present was intolerable and that something had to be done about it. Punk was also a way of saying that the present was intolerable because it was boring and that something had to be done about it. In this sense, punk was a kind of cultural terrorism, a way of frightening people and waking them up

Hebdige, D. (1979). Subcultures: The Meaning of Style. New York: Methuen.


그렇다면 이 조치-펑크-는 무엇인가? 펑크는 주류에 대한 거부와 혁신에 대한 수용을 양분으로,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파격적인 소재와 반체제적 메시지를 중점으로 패션의 양식으로 구현되었다. “주류 가치에 대한 거부, 교란에 대한 욕망.” 펑크 패션은 비순응적 반항 정신이 옷의 형태로 구현된, 그야말로 도전적인 패션이었다.

A way of dressing that expressed a rejection of mainstream values and a desire to shock and disturb. Punk fashion was a way of making a statement, of saying that the wearer was different, that they did not conform to the norms and expectations of society. Punk fashion was a way of constructing a new identity, one that was rebellious and nonconformist.

Wilson, E. (1985). Adorned in Dreams: Fashion and Modernity. London: Virago Press.

펑크라는 기치를 내건 이 위대한 활동가는 자신의 브랜드뿐만 아니라 영국 패션 전체를 이끌었으며, 작금의 영국 패션이 가지고 있는 지위를 받치고 있는 초석이었다. 그녀는 진정한 의미의 전복, 전위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하이패션과 정반대에 위치할 것만 같은 하위문화, 자신의 정신이 결코 하이패션의 반대편에 위치하도록 두지 않았다. 마치 트로이의 목마처럼 영리하게 주류 시스템의 핵심으로 침투하면서 비비안 웨스트우드라는 브랜드는 어떻게 하위문화가 주류의 유산과 공존할 수 있는지, 어떻게 자신이 전통을 존중하고 수용하는지를 보여주며 대안이 그저 대안에 그치지 않도록 해왔다. 그렇게 자신의 다음 세대 디자이너들이 하이패션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함으로써, 마침내 오트 쿠튀르가 펑크를 비롯한 대안적 스타일을 수용하도록 해 기어코 찰나의 트렌드 선도가 아닌, 새로운 스타일을 구축했다.


이것만으로도 이 디자이너는 이미 입지전적인 인물로, 복식사에서 결코 잊히지 않을 수 있었지만 실로 위대한 점은 그녀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스스로 새로운 주류,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신의 패션이 대안이 아니게 된 순간,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즉시 새로운 전선을 형성한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스스로가 더 이상 테러리스트가 아닌 주류의 핵심이 되면서 자신의 지위를 활용해 광범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지원한 활동가로 나섰다. 기후 변화, 동물, 인권. 패션 바깥의 문제로 여겨지던 것들을 그녀는 패션 디자인을 통해, 패션 디자이너로써 자신의 위치에서 다루면서 결과적으로 패션 산업이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행동하는 영역으로 나아가도록 장려해 왔다.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전선은 더 이상 패션이 아닌 사회 전체였고, 특정한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대의 앞에서는 언제나 자신의 창의성과 영향력을 내세워 헌신해 왔다.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펑크가 많은 아방가르드 디자이너들에게 반항적인 미학을 전달하고, 펑크와 아방가르드는 주류와 관습을 거부하며 도전과 실험을 수용해 패션의 경계를 확장하는데 기여해 왔다.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그녀를 결코 잊지 못하겠지만, 더 이상 주류 문화와 반문화, 전통과 대안처럼 패션 산업이 이분법적으로 구분되지 않고 여러 시스템과 스타일이 공존하는 만큼 앞으로는 ‘전선의 앞’에 위치할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모든 젊은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움직임으로 과거에 맞서기보다는 다양한 축들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위해 협상하거나 타협해야 하는 일만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더 이상 패션 내에 새로운 펑크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전선을 끊임없이 움직이며 투쟁과 도전을 그치지 않았듯, 자신의 여정이 패션 내에서 그치지 않고 결국 패션 전체를 이끌었듯, 펑크는 패션, 문화의 한 스타일이 아닌 모든 실천가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하나의 시대정신이다. 새로운 세대는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통해 펑크 스타일의 디자인이 아닌, 어떻게 자신의 영역을 개척해나가고 거대한 산업과 사회의 구조, 흐름이 뒤바뀔 때 어떻게 행동하고 어떠한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지 고민할 때다. 우리는 앞으로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것이고, 새로운 영역을 위한 다음 펑크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시작처럼 지금 패션의 바깥에서 일어나리라 믿는다. 여전히 우리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같은 디자이너와 행동가가 필요하다.

Dame Vivienne Westwood (1941 - 2022), British Vogue

깊은 애도를 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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