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어째 마음이 좀 누그러지더냐
- 그래 어째 마음이 좀 누그러지더냐.
귀에 익은 목소리에 남자의 눈이 번쩍 뜨였다.
하지만 눈앞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두리번거리고 나서야 남자는 자신이 벽을 바라보고 앉아 있음을 알아차렸다.
남자는 급히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 스승님!
문 밖엔 남자가 꿈에서도 그리던 사람이 서있었다.
남자는 더는 참지 못하고 노인에게로 달려들었다.
- 어허! 이 무슨 방정맞은 짓인고! 내일 아침까지 꼬박 좌선을 하거라. 쯧쯧.
남자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 스승님!
다시 한번 노인을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에 울음이 섞여있었다.
하지만 노인은 뒷짐 진 손으로 커다란 염주를 돌리며 유유히 걸음을 옮겼다.
- 내일 아침까지 좌선이니라.
향로전의 모퉁이를 돌아 노인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노인의 음성은 남아 허공을 맴돌았다.
- 네, 스승님.
노인이 사라진 방향으로 남자는 조용히 대답했다.
남자는 벽을 마주 보며 다시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그때 남자의 머릿속에 좁쌀만 한 화두가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