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눈이 내리면 좋겠다

by 박나비

지금쯤 눈이 내리면 좋겠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많이 추웠는데

눈이 오진 않았다

금요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이거나 술집이거나 할

지금쯤 눈이 내리면 좋겠다


그러면

술집에 있는 사람들은 눈이 오는지도 모르다가

누구 하나가 어! 눈이 온대! 하면

진짜?진짜?하며 누구는 핸드폰을 꺼내 날씨를 볼 테고

누구는 기어코 지하 1층 술집에서 계단을 타고 올라가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고는

기왕 올라온 거 담배나 하나 피우고 내려가야지 하고

건물 구석으로 가 불을 붙이겠지


마침,

집에서 와인을 마시고 있던 나는

이제 막 한 잔을 비우고 고개를 돌렸고

거실 창밖으로 지금쯤 내리는 눈을 마주하고는

박장소소하며 병을 들어 빈 잔을 채우더라


다시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기 전

술집에서 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각자의 사연을 떠올리는 누군가들을 위해 건배를 하고

핸드폰을 든 손이 시려워 교대로 주머니에 빈 손을 찔러 넣으며 택시를 잡는 누군가들을 위해 건배를 하고

또,

보자 그래 지금 술잔을 들고 있는 나를 위해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을 위해

건배를 하자


마지막으로

지금 흐르고 있는 이 노래에,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지금 흐르고 있는 우리 눈물에


하여 나는

지금쯤 눈이 내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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