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낯선 목소리

알바_자멸로 이끄는

by 박나비

남자는 급히 바지 주머니를 더듬었다. 오른쪽 주머니에 집어넣은 손에 전화기가 잡히자마자 꺼내어 발신번호를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다.

“하아... 이 아줌마가 진짜… 수신차단을 했더니 아예 다른 번호로 건다 이거지.."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전화기 옆 버튼을 눌러 핸드폰의 진동부터 껐다. 그리고 아무런 진동도, 아무런 소리도 없이 황량하게 11개의 숫자만 떠 있는 핸드폰 화면을 잠시 바라보다 버튼을 한 번 더 눌러 걸려오는 전화를 아예 종료시켜 버렸다.


아직 액정이 채 꺼지지도 않은 전화기를 원래 있던 오른쪽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주머니에서 빠져나와 아무 할 일이 없어진 오른손을 그대로 이마 위에 올려 눈 부위를 가렸다. 소파로 쏟아지는 빛이 마치 이불처럼 남자의 전신을 덮어주고 있었다.


왠지 느낌이 좋다.

이대로 다시 잠이 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이렇게.

그래, 좋다. 이대로 조금만 더...


6. 낯선 목소리


- 위이이이잉


남자의 몸이 흠칫 떨렸다. 애써 현실을 부정하려는 듯 남자는 몸을 소파의 등받이 쪽으로 돌리고 얼굴을 최대한 깊이 파묻었다.


- 위이이이잉


얼굴을 등받이에 파묻으면 파묻을수록, 다리를 가슴으로 모으면 모을수록 핸드폰의 진동은 더 가깝게, 그리고 더 세게 느껴졌다.


“젠장!”


결국 남자는 소파에서 튕기듯 일어나 거칠게 바지의 오른쪽 주머니를 훑어 다시 전화기를 꺼냈다. 남자의 시선이 액정 속 번호에 집중되었다. 좀 전에 걸려온 그 모르는 번호다.


“하아…”


이번엔 아예 처음부터 수신 거절을 하려던 남자가 손을 멈추고 잠시 망설였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 얼굴로 쏟아지는 빛을 잠시 피한 후 잔뜩 찌푸린 얼굴 그대로 눈을 감았다.


하나, 둘, 셋.

속으로 카운팅을 하며 심호흡을 마친 남자가 눈을 뜨고 손가락으로 거칠게 화면을 밀어 전화를 받았다. 갈라지고 신경질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거실 전체로 퍼졌다.


“저기요! 제가 다시 생각해 보고 전화드린다고…”


“아…여보세요?”


예상했던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아닌 처음 들어보는 중저음의 낯선 목소리가 남자의 귀로 들려왔다.


“.......”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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