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_자멸로 이끄는
“여보세요?”
두 번이나 응답을 했음에도 전화기 너머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남자는 몇 초 더 기다려보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자 전화를 끊으려 했다. 남자의 손가락이 ‘종료’를 누르기 직전, 마치 옆에서 남자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던 듯 중년 여성의 음성이 핸드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아, 여보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아휴, 저는 그, 전화를 안 받으시는 줄 알고.. 호호호. 저… 그… 저희는 천지개발이라고, 일전에 전화 주셨던… 기억나시죠 선생님?”
“아…네…”
남자는 짧은 대답을 신음처럼 흘리며 빠르게 두 번의 자책을 했다. 첫 번째는 애초에 왜 이 전화를 받았을까로 두 번째는 전화를 받고 아무런 말이 없었을 때 바로 끊었어야 했는데 왜 그 기회마저 놓쳤을까로.
“그… 저번에 선생님께서 전화 주셨을 때, 한 번 생각해 본다고 하셔가지고.. 호호호. 아, 그리고 그때 제가 설명을 그 뭐냐.. 다 제대로 못 드린 것 같아서…아하하. 선생님~ 저희가 영업 쪽 말고도 저처럼 교육이나 강의담당 쪽 인력도 마침 채용을 하고 있어서요. 그것도 알려드릴 겸 겸사겸사해서 호호호. 혹시 선생님 괜찮으시면..”
“아... 네… 교육이나 강의담당은 어떤 업무를 말씀하시는 건지...”
혹시나 자신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남자는 당장이라도 전화를 끊어 버리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누르고 전화기 속으로 질문을 던졌다.
“아, 네. 뭐 이렇게 전화도 드리고요. 또, 그 뭐냐, 뭐, 이런저런... 아휴, 그렇습니다. 이해되시죠?”
도대체 뭐가 그렇다는 건지, 그래서 뭐가 이해가 된다는 건지, 도무지 어느 구석도 알아들을 수 없는 여성의 말에 남자는 더 이상 통화를 이어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아... 네, 죄송하지만 다음에 다시 연락 드리...”
“아휴, 선생님! 일단 저희 사무실로 한 번 나와보시겠어요? 이게 말로만, 그러니까 이렇게 전화로만 설명드리려니까 제대로 설명이 힘드네요. 호호호. 일단 한 번 나오셔서 저랑 같이 커피 한 잔 하시면서...”
-뚜뚜뚜
아까부터 누르고 싶었던 종료 버튼을 누르고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가 화면을 몇 번 더 터치했다. 이제 이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를 다시 받을 일은 없으리라.
“하아”
남자는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고는 책상 앞 의자를 끌어당겨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타타탁탁
5. 꿈에 울린 전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잠을 자던 남자가 눈을 떴다. 억지로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이어가려 해 보았지만 자야 된다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잠은 그 몇 배의 속도로 정반대방향을 향해 달아났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남자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물론 일어나 봤자 뭔가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당장은 침대에 누워 억지로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남자에겐 더 고통이었다. 물론 잠시만 깨어 있으면 다시 잠이 들고 싶겠지만.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온 남자는 해가 쏟아지는 거실 창과 그 정반대 방향의 주방, 그리고 현관 입구방 쪽을 한 번씩 둘러보고는 소파에 앉았다. 그렇게 잠시 앉아있던 남자의 머리가 어느새 소파 팔걸이로 조용히 떨어졌다.
남자의 꿈에 전화가 울렸다.
꿈속에서 남자는 울리는 전화기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남자는 문득 몇 가지 의문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꿈에서 전화를 받으면 누구와 연결이 될까.
꿈에서도 전화기를 귀에 대어야지만 소리가 들릴까.
하지만 계속되는 진동은 남자를 꿈과 현실의 경계로 내몰았고 그 경계로 내몰릴수록 손에서 느껴지는 진동은 희미해졌다.
결국 경계의 끝자락에서 남자는 꿈이라기엔 너무도 생생히 오른쪽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잠에서 깨어났다.
- 위이이이잉
꿈속의 남자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소파의 팔걸이를 배고 있던 남자의 감은 눈이 번쩍 뜨였다.
*사진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