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향기, 나드리 코티

사라지지않는 것들, 엄마의 원자

by 박노아


향기로 남은 엄마

남편이 새로 산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겠다고 나선 덕분에, 오늘은 홀로 지하철에 올랐다.
삐리링—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꽉 들어찬 승객들은 거대한 입속으로 삼켜지듯 사라졌다.


텅 빈 플랫폼 위에는 살랑이는 아침 바람과 낯선 여자의 향이 겹쳐 흩날렸다.
허공에 머무는 그 향기 속에는 오래된 화장품 분 내가 섞여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아무런 준비도 없이 엄마를 떠올렸다.



나드리코티

엄마의 화장대에는 ‘나드리 코디’라고 적힌 동그란 분통이 하나 있었다.
사실 그 어디에도 ‘나드리’라는 글씨는 없었던 것 같은데,
왜 내 기억 속에서는 그렇게 또렷한 이름으로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코티분은 화장의 마지막 단계에서
번들거림을 눌러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정작 엄마가 곱게 화장하시던 얼굴은 선명하지 않다.
그 화장품을 언제, 어떤 마음으로 사용하셨을까.


돌아가시기 직전, 나를 바라보며 흘리셨던 엄마의 눈물이
그 향기와 함께 겹쳐 떠오른다.


그 눈물은 무엇이었을까.

작별이었을까,
아니면 말하지 못한 위로였을까.



47킬로그램

60킬로그램이던 몸은 47킬로그램으로 줄어들고,
엄마는 뼈만 남은 모습으로 내 곁을 떠나셨다.
떠난 자리는 여전히 깊게 파여 있다.


그런데 요즘, 마음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가 지인의 죽음을 양자역학으로 치환해서 생각했던

그 방법이 나에게도 위로가 되었다.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전환일 뿐"이다.



사라지지않는 것들

우주의 어떤 물질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엄마의 47킬로그램 역시 소멸한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원자로 흩어져
다른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엄마는 바람이 되어,
공기가 되어,
빛의 작은 알갱이가 되어
지금도 내 곁을 떠다니고 있는 건 아닐까.


아까 스쳐 지나간 낯선 여자의 향기 속에,
지금 내 볼을 스치는 이 아침 바람 속에
엄마의 원자가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목 아래에서 차오르던 뜨거움이 조용히 가라앉는다.
엄마는 떠난 것이 아니라,
가장 자유로운 모습으로 여전히 나와 함께 출근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을 가르며 들어오는 지하철.
그 바람 속에서 나는 오늘도
엄마의 안부를 조심스럽게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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