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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노멀 Jun 10. 2024

IT 회사 마케팅, 공대생만 할 수 있다?

마케팅업무를 하는 데 전공의 한계는 없다고 산증인이 보장한다-

'IT 회사에서 마케팅이요? 공대 전공하고 마케팅팀에 배치되신 건가요?'


나는 이렇게나 엉뚱한 질문을 정말 꾸준히 받는다. 그리고 내가 만난 사회초년생들은 어느 한 명 빼먹지 않고 이렇게 질문을 했다.


그래서 오늘 나는 IT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려면, 공대를 꼭 나와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세상을 문과와 이과로만 나누고 있는 편협한 사고방식에서 조금은 벗어나는 경험을 하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안 그래도 실업률 높은 세상, 그 중 취업하기 어렵다고 하는 우리 문과생들이 세상에 졸지 않게 되기를 바라기도 하고.



1. 이게 왜 엉뚱한 질문이냐고?


누가 봐도 '공대적'인 회사에서 누가 봐도 '문과적'인 업무인 마케팅업무를 한다고 하면, '문과생이 어떻게 기계회사에 다녀? 기계 모르잖아?'라는 눈으로 쳐다본다.


여기에 나는 항상 이렇게 반문한다.

'우리 회사 사장님은 엔지니어 출신인데 회사도 경영하시잖아요. 경영학과 나온 것도 아닌데 회사 '경영'은 도대체 어떻게 하신대요?'


나는 IT 관련 산업군에서 마케팅 직군에 종사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산업군과 직군은 다르다.

IT 회사에도 회계팀 같은 문과 관련 직군은 필요하다. 그리고 매일 글을 쓰거나 읽는 곳이니 문과적인 회사라고 생각할 수 있는 출판사나 언론사에도 이과 관련 직군이 필요하다. 자사 홈페이지나 앱을 유지보수하는 팀을 그 예시로 들 수 있다.


아직도 직장업무를 하는데 문과, 이과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질문을 하고 싶다.

게임 회사에는 게임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캐릭터를 그리는 디자이너, 게임의 스토리를 쓰는 스토리텔러, 게임을 세상에 알리는 홍보전문가, 아이템의 수익구조를 계산하고 조정하는 기획자, 해외 유저를 위해 게임 내용을 번역하는 번역가, 회사와 플레이어를 연결하는 커뮤니티 관리자 등 아주 다양한 직무에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그럼 게임회사는 문과적인 회사인가, 이과적인 회사인가?



2. 공대생이나 문과생이나 어려운 건 똑같다!


보통 대학의 전공을 살펴보면, 이과생은 산업군에 관련된 지식을 많이 배우는 한편 문과생은 직군에 관련된 지식을 많이 배우는 편이다. 공대생이 엔지니어링 지식에 대해 배웠다면, 문과생은 마케팅 방법에 대해 배웠다. 공대생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설계의 기초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문과생은 회사를 제대로 경영하기 위한 기초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가 기계를 다루는 회사니까 공대생 엔지니어가 마케팅도 담당한다고 해보자. 마케팅할 대상 제품에 대해서는 100% 이해할 수 있어도, 어떤 식으로 마케팅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그 방법을 잘 찾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이 회사에 문과생 마케터가 일한다고 가정해 보자. 마케팅할 대상 제품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인 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마케팅 방법들을 단순히 적용할 뿐이다.


결국, 문과생이나 이과생이나 모두 한 가지 방향에서만 공부해 왔기 때문에, 사회에 나와 ‘제대로 일’ 하기 위해서는 반대쪽의 지식을 필연적으로 습득해야만 한다. 실제로 어지간한 사회생활은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 가능하지가 않더라.



3. 내가 바로 산 증인!


문과출신인 나는, IT 회사에서 마케터로서 일했다. 주로 ‘설비, 기계, 시스템류를 다루는 회사’, ‘소위 말해 엔지니어가 중심이 되는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두 회사를 거치니 금세 10년이 넘는 경력을 갖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문과에는 항상 정답이 없었다. ‘조리 있게 헛소리’를 해도 괜찮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엔지니어링 기술을 보니 대부분 정답이 있더라. 공식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처음에 기본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나니 그 이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나의 첫 직장에서는 관련 기술로는 세계 최고로 쳐주는 기술 자격증에 합격할 정도로 관련 지식을 많이 습득하기도 했었다.


사실 일하다가 황당하고 억울할 때도 있다. 마케팅팀장으로서 몇 년째 수많은 기술 자료를 쏟아내고 있음에도, 아직도, 회사 내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때 그렇다. '마케터가 이거 이해해?'라는 식의. 솔직히 회사의 제품에 대해 엔지니어만큼 이해하기 어렵긴 하다. 그러나 나는 마케터로서 수많은 시장조사와 타사자료를 검토하기 때문에 우리 회사의 모든 제품들에 대해 70% 이상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반면 회사의 엔지니어는 본인이 담당하는 제품 한두 가지에 대해서만 알고 있지 않은가? 마케터여서, 문과생이어서 지식이 짧은 게 아니라 지식의 범위가 다른 방향으로 넓은 것일 뿐이라는 걸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4. 마케팅업무를 하는 데 전공의 한계는 없다!


기계는 너무 어려우니, 화장품 회사에서 마케팅하고 싶다는 사회초년생 한 명을 만난 적이 있다. 화장품이 쉽다고? 화장품이라고 해서 써보기나 했지, 여기 들어간 성분의 종류와 특성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는가? 생소함의 차이일 뿐, 마케팅할 제품에 대해 상세하게 공부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은 어느 제품이나 어느 회사나 똑같다.


기계라고 겁먹지 말고 도전해 보자. 나 같은 경우 오히려 문과생이 많지 않은 분야에 들어와서 공대적 지식을 조금 갖게 되니, 의외로 큰 경쟁력이 생겨버렸다. 내 경쟁력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가 바로 산 증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개인적으로 B2B 시장이나 B2C 시장이나, 마케팅업무를 하는 데 전공의 한계는 없다고 본다. 선입견을 버리고 도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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