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형광팬 캠프
시간이 되자 차례로 줄을 맞춰서 건물 안으로 이동했다. 건물 1
층 로비 중간쯤에 ㅁ자 모양으로 난간이 둘러쳐 있었고 바로 아
래층이 내려다 보였다. 아래층에는 나무로 된 큰 계단이 보였고
고개를 들자 맨 꼭대기 층까지 천정이 없이 뻥 뚫려 있었다. 나무
계단 앞에는 수많은 카메라와 스태프들이 이미 자릴 잡고 있었
다. 우리는 팀별로 한 줄씩 나무 계단에 앉아서 대기했다. 난간에
기댄 사람들이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무한도전> 멤버들을 기다
리면서 촬영 시 주의 사항 같은 것들을 들었다. 그러는 동안 주변
의 몇 명에게 잘 다녀오겠다고 연락을 했는데 총자에게 답장이
왔다.
‘네가 준 옷값은 봉투에 담아서 가방에 넣어뒀어. 조심히 잘
다녀오고 생각해줘서 고맙다.’
가방을 뒤지자 안쪽 작은 주머니에서 내가 옷값으로 줬던 봉투
가 나왔다. 애초에 옷값이 부족할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총
자는 내게 값을 받지도 않았으니까.
나는 매일 전화로 욕을 들어가며 번 돈으로 총자에게 옷을 사러
갔고, 밤이면 가로수길에서 맥주잔을 나르고, 낮이면 옷더미 사
이에서 미싱을 하던 총자는 내게 새 옷을 선물했다. 서울 생활은
팍팍하다.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합격과 대박을 꿈꾸는 우
리에게는 더더욱. 그런데, 밤이 깊어야 잘 보이는 별처럼 힘든 하
루하루를 보낼 때 이런 호의는 더욱 빛나는 법인가 보다.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드려요
나는 합격이라는 별을 따기 위해 오란씨를 마시며 돈을 아꼈다.
총자는 대박이라는 별을 따기 위해 알바가 끝나면 옷더미 사이에
서 쪽잠을 잤다. 우리가 언젠가 별을 딸 수 있을까? 괜히 미안하
고 고맙고 위안이 되는 총자의 카톡을 곱씹고 있는데 위쪽이 소
란스러웠다. 고개를 들자 저 위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이 통유
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꿈에도 그리던 스타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
들고 있었다.
그렇게 하늘에서 별이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