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구사 Dec 14. 2020

평생의 운을 다 써버리면 1

2. 형광팬 캠프

화장실에 가는 횟수를 줄이려고 커피 가루를 조금씩 삼켰다.



평생의 운을 다 써버렸다는 말이 있다.


가끔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행운을 만났을 때 하는 표현이다. <

무한도전> 형광팬 캠프에 다녀오고 방송이 나가는 3주 내내 축하

가 끊이질 않았다. 첫 방송이 나가기 전 100% 충전된 휴대전화가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방전이 될 정도였다. 재석형은 방송이 끝

난 후에도 우리 팀을 집 근처로 불러 밥을 사주기도 했다. 꿈같은

시간이 지나고 헤어질 무렵. 재석형은 본인이 타는 카니발이 크

고 편하다며 여자 동생들을 태워 보냈다. 덕분에 남자들끼리 따

로 한 차에 타서 재석형을 바래다주게 되었다. <무한도전>에서

자주 보던 압구정 아파트에 형을 내려드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바로 옆에 유재석을 태우고 집까지 바래다주다니, 나는 평생

의 운을 다 써버린 게 아닐까?’


꿈같은 시간이 끝나고 다시 늦깎이 수험생으로 돌아왔을 때, 나

는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열이 펄펄 끓어

서 이명이 들렸고 편도선은 부어서 수술 직전까지 갔다. 형광팬

캠프를 촬영하는 1박 2일간 강행군을 한 탓도 있겠지만 심리적인

이유가 더 컸던 것 같다. ‘형광팬’에 나가고, 사람들이 알아보고,

<무한도전> 멤버들과 나란히 앉아 있을 때는 내가 뭐라도 된 것

같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늘에서 별이 내려왔다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