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상처를 마주하기 위한 용기, 영화 <그것 2>

물리적인 상처가 아닌 마음의 상처에 관한 이야기

by 박PD

'어린 시절’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무엇인가? 누군가는 친구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음식을 떠올린다. 혹은 음악을 떠올릴 수도 있다. 각자마다 자라온 환경들과 그 속에 스며든 추억들이 정말 다양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 생각 없이 맑고 투명한 하늘 아래서 마음껏 뛰어놀던 시절, 우리는 그 시절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찬란한 시절이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우리의 기억 속에서 빛나고 있는 만큼, 유년기는 마치 유리와도 같다. 조금만 큰 충격에도 쉽사리 깨지기 마련이다. 그 깨진 조각들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 한 구석을 후비고, 그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계속해서 살아 숨 쉬며 자라난다. 영화 <그것> 시리즈는 우리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유년기를 떠오르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말 못 할 우리의 어린 시절 작은 상처 하나하나를 어루만지고 있는 영화이다.



- 영화 속 진짜 주인공, 페니와이즈가 아닌 <루저 클럽>

<그것> 시리즈의 주인공들인 일명 ‘루저 클럽’ 친구들.
루저 클럽의 아이들은 각자마다의 하나씩의 상처가 있다. 누군가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고 누군가는 동생을 잃은 충격을 가지고 있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신체적인 부분으로 인해 따돌림을 받는다. 이 친구들이 모여, 소위 ‘it’이라고 불리는 무시무시한 존재와 싸우면서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과 그 상처들을 똑바로 마주하게 된다. 이번 2편도 27년 후, 어른이 된 루저 클럽 아이들이 ‘it’을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희미해진 어릴 적 그 상처들을 극복하는 성장 스토리이다. ‘기억’이라는 작용은 시간과 상대적이다. 시간이 오래 흐르고, 구체적인 기억은 떠오르지 않아도 언제든 조금이나마 연관성이 있는 소재를 마주치게 되면, 그 기억은 바람을 넣으면 빨리 불어나는 풍선처럼 다시 살아난다. 그 시절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고 조용히 숨만 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상처가 나면 치료를 해야 한다. 물리적인 상처는 언젠가 피가 마르고, 살이 오르면서 점점 아물어 가지만 우리 마음속의 상처는 그렇지 않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든, 치료를 해야 한다. 영화 <그것 :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27년 후 외면하고만 싶었던 자신을 아이들이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마주하게 되면서, 스스로를 이겨내는 극복기를 다루고 있다.


- 공포 영화라기보다 성장 영화

영화 <그것> 시리즈는 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의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와 아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전체적인 소재와 전개 방식은 다 다르지만 유년기에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을 그리고 있다는 점과 ‘성장’이라는 틀을 다룬다는 점에서 아주 유사하다. 그리고 영화의 장르가 공포와 드라마 사이를 절묘하게 줄타기 한다. <그것> 시리즈는 대게 공포 영화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맞다. 영화 속에서 광대 페니 와이즈가 등장하는 장면 그리고 루저 클럽 아이들이 어릴 적 상처를 다시 마주하는 장면 등 많은 부분에서 ‘공포’가 등장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것> 시리즈는 성장 영화라고 생각한다. 공포 영화는 말 그대로 관객들에게 ‘공포’를 전달하려는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그것> 시리즈는 ‘공포’를 전하려고 하기보다는 ‘성장’ 그리고 ‘극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여느 성장 영화와 차별점이 있자면 그 상처를 극복하는 방식이 매우 잔혹하고 다소 고어하다고 할 수 있다. 잔인하고 무섭고 두렵다. 하지만 이런 설정은 우리가 스스로의 상처를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나타낸다고 생각하고, 얼마나 그 아이들의 상처가 아프고 쓰라렸는지 ‘장르’의 틀을 통해서 느껴볼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한다.



- 아역 배우와 성인 배우들의 절묘한 싱크로율

<그것>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들. 아역 배우들도 훌륭하고 섬세한 배우들로 구성이 되어 있지만, 성인 배우들이 아주 화제였다. 제임스 맥어보이, 제시카 차스테인, 빌 헤이더 등 평소 인상 깊은 연기력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배우들이었다. 대표작들이 많은 배우들인 만큼 과연 <그것>에서 캐릭터에 몰입이 잘 될까 하고 의아했지만, 그런 걱정은 역시 쓸모없었다. 실제로 아역 배우들이 자라면 저렇게 되었을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역 배우들과의 외모와 분위기부터 극 중에서의 대사 하나하나마다의 특징과 표정까지 정말 잘 살려냈다. 자세한 부분은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직접 극장에서 확인하기를 바란다. <그것 1>에서 다양한 매력을 뽐내었던 아역 배우들과 <그것 2>에서 성숙하고 절제된, 하지만 강렬한 에너지를 뽐내는 성인 배우들의 연기와 모습을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아주 큰 재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 시리즈의 원작 소설과 영화의 팬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할 속편이라고 생각한다. 러닝타임이 길다고 다소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영화는 허튼 장면들이 하나도 없다. 하나하나 다 다루어야 할 부분들을 필수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아마 시간이 가는 줄 모를 것이다. 무서운 장면에서 벌벌 떨다가도 이내 영화의 마무리에 다다를수록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마음의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면 생기는 기적,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