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일도 계속 버텨낼 그대에게, 영화 <버티고>

아득한 빌딩의 끝처럼, 버팀의 끝은 아무도 모르는 법

by 박PD



평소 감성적이고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들을 좋아하는데, <버티고>는 한국 로맨스 영화 중에서 독특하고 감각적인 영상미를 가진 영화 중 하나일 것이라 확신한다. 아득한 높이의 고층 건물, 빼곡히 붙여진 유리 창문들 틈에서 비치는 햇빛 등 평소 우리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들을 위태로우면서도 부드럽게, 상반된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CG 후반 작업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이런 부분은 이 영화만의 특별한 매력으로 크게 다가왔다.



<버티고>는 아마 여러 방면으로 개개인에게 다가오는 의미가 다른 영화일 것이라 생각한다. 극 중 현실의 틀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인물에서 큰 공감을 하는 분도 계실 것이고, 본인처럼 영화의 미장센이나 음악적인 부분에서 큰 인상을 받은 분도 계실 것이다. 혹은 영화의 미장센처럼 핵심적인 축을 같이 하는 배우들의 연기에 푹 빠진 분도 분명히 있으실 것이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은 오래된 유리잔 같은, 천우희 배우의 위태로운 메아리와도 같은 연기가 미장센을 제외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스크린에서 처음 뵙는 유태오 배우와 정재광 배우의 연기도 매우 좋았다. 유태오 배우의 차갑고 날카로운 도시적인 연기와 정재광 배우의 신비스럽고 아련한 표정과 인물의 이야기가 잘 조화된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버티고>를 본 후에 두 배우를 오래도록 스크린에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었던 영화는 아니다. ‘고층 사무실과 유리창을 사이에 둔 아름답고 위태로운 로맨스’ 그리고 ‘서로에게 받는 따뜻한 위로’를 중점적으로 더욱 뻗어나갈 수 있는 스토리나 감정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 부분을 영화에서 많이 활용하지 않고 그보다 인물에 집중된 어두운 면을 많이 비춰주어 다소 놀랐다. 내가 영화에서 받고자 하는 느낌과 감정 그리고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에 괴리가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버티고>라는 영화는 그런 아쉬운 면을 덮어주는 매력적인 요소들이 꽤 많이 있는 영화였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주고받는 서영과 관수의 터질 것 같은 눈빛은 계속해서 잔잔한 여운을 준다.



영화 속 ‘힘내요’라는 작은 한 마디가 이토록 가슴 깊이 와 닿은 적이 있었던가. 가시처럼 계속해서 우리를 찌르는 현실과 응원과 위로라는 것이 무색해진 요즘, 우리를 버티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구름 속에 가려진 아득한 빌딩의 끝처럼, 버팀의 끝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긴 하지만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계속 버티고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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