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21초, 거기에 모든 게 숨어 있다

의심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by 박루아

‘채로운 하루’.
평범한 육아 브이로그 채널인데,

채린은 자꾸 눈길이 갔다.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끌림’ 때문이었다.


노트북 옆에 커피를 두고 영상을 틀었다.
“오늘은 파우치 속 제품을 소개할게요.”
립밤, 미스트, 쿠션. 마지막은 작은 은색 봉투.

은채는 자연스럽게,

그러나 지나치게 또렷하게 봉투를 보여줬다.

3분 21초.
작은 글씨가 보였다. Zinnia_13.

이상했다. 곧이어 자막이 떴다.


“다음 영상 화요일 밤 9시 업로드. 키워드: Azalea_9.”

꽃 이름? 우연치곤 규칙적이었다.

채린은 정주행을 시작했다.

모든 영상엔 비슷한 패턴이 숨어 있었다.

Zinnia_13, Hyacinth_9, Dahlia_22.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체계였다.


그날 밤, 채린은 서브 계정으로 댓글을 남겼다.
“꽃말 좋아하시나 봐요?

Zinnia는 ‘부끄러움 없는 사랑’이죠.”


답은 없었다. 하루, 이틀…

그리고 영상은 비공개 처리됐다.
팔에 돋는 소름과 함께 그녀는 직감했다.

“내가 건드렸다.”


은채 쪽.
정우에게서 오래된 메신저가 왔다.
“이거 왜 내려갔어요?.”
“편집 실수예요. 밤에 다시 올릴게요.”

짧게 답했지만, 심장은 달랐다.


대시보드에서 확인한 재생률.
3분 21초 구간만 비정상적으로 반복됐다.
누군가 해독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 밤 은채는 자막을 고쳤다.
“업로드 알림 키워드: 백일홍.”
Zinnia, 백일홍.

꽃말보다 중요한 건 누가 이걸 보고 있느냐였다.


다음 날, 하윤이 유치원에서 회색 봉투를 들고 왔다.
“엄마! 내 택배래!”

받아든 순간, 은채는 숨이 막혔다.

발신자도 운송장도 없는 봉투.

수신인은 ‘오렌지반 정하윤 어린이’.


안에는 종이꽃 한 송이와 짧은 메모.
“애한테 신호를 넘기지 않기를 바라.”

그제야 알았다.

조직이 아이를 직접 통로로 삼았다는 걸.

그날 밤, 은채는 영상을 찍지 않았다.

대신 노트 앱을 열고 코드와 패턴을 정리했다.
멈춘다는 건 곧 ‘확인’을 부르는 징후였다.

하지만 그녀는 깨달았다.

‘그만두겠다’는 결심이 단순한 폭로가 아니라,

저항일 수도 있다는 걸.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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