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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범 Jun 03. 2019

지천명의 나이

베트남 시골에서

50 이란?

불혹의 나이를 넘어 지천명의 나이에 이르렀다. “불혹의 나이란 미혹됨이 없다”는 뜻이다. “지천명의 나이는 하늘의 뜻을 안다”하였다. ‘공자’의 말이다.


이런 불혹과 지천명의 사이에 지금 나는 ‘미혹됨’이 없기는커녕 ‘하늘의 뜻’ 조차 모르고 인생을 살아간다.

이런 지천명의 나이가 되면 세상의 이치를 알고 순응할 줄 알았다. 경험이라는 것이 샇여 ‘베테랑’이라는 소리를 들을 줄 로만 알았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했었다.  지금 ‘지천명의 나이에 이룬 것 이라고는 잔소리’만 늘고 있다.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고 했건만 ‘고개는 더 뻣뻣해지고’ ‘자존심은 늘어나고’ ‘세상을 비판하는 나이로 변해가고 있다.’ 이런 지천명의 나이에는 반갑지 않은 손님 ‘병’ 이란 놈이 찾아와 가끔 인사를 하고 간다. 


이제 ‘이순’을 향해 달려가는 마당에 달갑지 않게 몸 이곳저곳에서 ‘질병’이라는 이름표를 단 ‘손님’을 맞이해야 하고 때로는 ‘짜증이란 놈’도 오며 ‘우울한 기분’과 ‘조울 한 기분이’ 함께 찾아올 때면 아 이제 드디어 ‘지천명에서 이순’으로 향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글픔이 앞서지만 어찌하겠는가. 세월은 덧없이 흘러 가지만 ‘마음은 항상 지학과 이립’ 사이를 오가고 있다. 젊은 날의 청춘은 마음에 고이고이 간직한 채 ‘이순’으로 가는 속도는 빛 보다 빠른 기분이다. 

무언가를 할 낮이면 ‘기억이라는 놈’은 나와 동떨어져 저만치서 뒤따라오고 ‘앞서 가는 것은 흰 백의 머리 색깔과 얼굴에 잡힌 주름’만이 내 마음을 앞서 가고 있다. 


사람은 빈 손으로 엄마 품에서 벗어나 온갖 세상의 좋은 것을 구경하고 경험하고, 그리고 삼베 적삼 하나 걸치고 세상과 등을 지고 떠난다. 이런 세상에서 남긴 것이라고는 ‘우성 인자와 열성 인자’가 뒤섞인 ‘유전자’만을 남겨두고 ‘그 유전자가 다시 더 좋은 유전자를 남기기를’ 희망한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는 세상에 겨우 ‘지천명의 어린 나이’인 내가 세상을 알고 있는 것처럼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이 부끄럽다. 인생의 반을 살아온 ‘내가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을 평가’ 하고 ‘간섭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간섭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지천명을 즐기려 고독이라는 방으로 향하려 한다.’ 나름 고독의 참 맛을 느껴 보려 한다. 지천명에 들어선 많은 ‘우리의 동지 분들’ ‘힘 있을 때 힘쓰시고’ ‘입이 살아 있을 때 꼰대 소리도 듣고’ ‘비평할 용기가 있을 때 비평하며’ 살아가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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