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정말 행복했지

[1부, 불안한 엄마의 탄생] 진짜 행복한 육아를 몰랐다

by 박세미

2009년 5월 23일. 큰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고 나는 진짜 엄마가 되었다. 배 위에 올려진 핏덩이를 보며 느꼈던 감동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내 뱃속에서 어떻게 이렇게 작고 소중한 존재가 태어났는지 매 순간 묻고 또 물었다. 분에 넘치는 경험이었다. 불안하고 가난한 가정환경에서 커서인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나는 낮은 자존감을 감추려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나에게도 모성이 라게 있었는지 품속의 아이는 본능 그대로 사랑할 수 있었다.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사랑을 주었다. 덕분에 아이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우겠다는 초심 그대로 육아를 할 수 있었다.


유학생 신분으로 학교에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흔치 않다 보니 나는 거의 고립된 채 아이를 키웠다. 스물여섯이라는 어린 나이도 한몫했다. 내 친구들 대부분이 당시 사회 초년생으로 취업과 자기 계발에 애쓸 때였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신생아인 첫아이를 키우며 학업에 영주권까지 준비해야 하다 보니 정말 1초의 여유도 없었다. 우리 애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를 만날 시간은 물론 인터넷을 켜서 정보를 얻을 시간조차 없었다. 그저 아이와 나, 둘 뿐이었다. 잘 먹고 잘 자고 해야 할 일을 하기에도 벅찬 때였다. 아이가 잘 웃고 잘 자면 행복했고 안 자고 울면 힘들었다. 그뿐이었다. 아이가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고 어떤 영양구성을 가진 이유식을 먹어야 할지는 생각할 겨를 도 없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게 참 다행이었던 것도 같다.


가장 행복한 육아인생이었다. 적어도 그때는 때 묻지않고 순수하게 아이를 키웠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느끼고 오롯이 아이에게만 집중했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에서 아예 차단된 채 이 세상에 아이와 나만 존재하는 것처럼 살았다. 그래서일까. 신기하게도 가장 오래된 추억이지만 첫째가 크던 순간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남는다. 육아를 편하게 도와주는 꿀템도 꿀정보도 없었지만 육아가 지옥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가 울면 안아주고 배고프면 밥 먹이고 그래도 안되면 기저귀 갈아주고 씻기고 재우고 이게 전부였다. 힘든 것 마저도 행복했다.


그렇게 아이가 돌이 지날 무렵까지 행복하게 아이를 키웠다. 그사이 학교를 졸업하고 필요했던 영어점수를 받아서 영주권을 신청했다. 인생에서 중요한 한고비를 넘기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좀 더 아이를 키우기 편한 환경으로 이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시티는 렌트비도 비싸거니와 육아 커뮤니티가 적었기 때문이다.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 근처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너무 좋았다. 같은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자주 보고 잠깐이라도 대화를 나누다 보니 외로움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자연스레 한국의 문화센터와 같은 플레이그룹과 스토리타임도 시작을 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엄마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다. 안 좋은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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