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도대체 왜 그래

[1부, 불안한 엄마의 탄생] 나를 위한 육아를 했다.

by 박세미

첫 사교육이었다. 아이가 도서관 스토리타임(18개월에서 5세 미만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도서관의 무료 프로그램)에서 적응하지 못했던 원인을 언어라고 판단하고 한국사람들이 운영하는 플레이그룹에 들어가게 되었다. 플레이그룹은 한국처럼 문화센터가 잘되어있지 않은 호주에서 어린이집을 보내기 전 나이대의 아이들이 갈 수 있는 놀이위주의 프로그램이었다. 교회나 단체에서 거의 자원봉사 형태로 운영되는데 무료이거나 약간의 참가비를 받았다. 인기가 있는 곳은 대기도 해야 했다.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로 이사를 오다 보니 한인 플레이그룹을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았다. 대기 없이 집과 가까운 곳에 등록을 했다. 맹모삼천지교라 했던가? 이사를 결정한 게 잘한 일이라며 내심 뿌듯해했다.


플레이그룹의 첫날, 첫째는 입구에서부터 들어가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 억지로 데리고 들어가려 하니 문 앞에서 누워버리기까지 했다. 다른 엄마들까지 함께 달래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우리를 지나치는 엄마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렇게 입구부터 주목을 받으며 나는 점점 당황하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삶의 여유가 조금도 없다고 생각했던 시절, 없는 시간을 쪼개 찾아온 플레이그룹이었다. 이곳마저 다니지 않으면 아이는 영낙없이 집에 방치된 채 티브이를 보고 기차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낼 것이 뻔했다. 그것뿐인가. 분명 다른 엄마들이 나를 보며 걱정을 표현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할 것만 같았다. '어휴, 애가 이상하네. 엄마가 잘못 키운 거 아니야? 저런 애는 플레이그룹에 안 왔으면 좋겠다.'


결국 다시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발길을 돌렸다. 플레이그룹과 어느 정도 떨어졌을 때 아이를 향해 도대체 뭐가 문제냐며, 왜 저기를 들어가지 않는 거냐며 화를 내며 소리쳤다. 말이 늦었던 첫째는 그저 울기만 할 뿐이었다. 나도 결국 그 자리에 주저 않아 엉엉 울었다. 서러웠다. 시간도 돈도 허락하지 않는 비참한 형편에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안간힘을 썼는데 모든 게 물거품이 되었다. 이런 내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가 미웠다. 어디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의심까지 들었다. 한참을 울었더니 진정이 좀 되어서 근처에 있던 놀이터로 향했다.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해맑게 웃으며 신나게 놀았다. 여기저기를 탐험하며 눈으로는 나를 찾았다. 당황스럽고 허탈했다.


그럼에도 나는 아이를 제대로 이해할 줄 몰랐다. 온몸으로 거부를 하는데도 내 의지대로 아이를 데리고 플레이그룹에 다시 갔다. 그렇게 몇 번을 격정적이게 씨름하고 나니 아이도 적응을 하는 듯했다. 아이가 플레이그룹을 좋아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나마' 아이를 위해 무언가 해주었다고 만족감을 느꼈던 당시의 내 모습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아이를 위한다고 하지만 정작 아이를 위하는 게 아니었던 육아. 결국 내가 만족하는 육아를 그렇게 한동안 이어갔다. 벌이가 좀 나아지면서는 어린이집에도 보내기 시작했다. 영주권이 없어서 하루에 10만 원 가까이하는 비용을 내야 했지만 엄마가 점점 능력이 생기니 아이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해줄 수 있다며 스스로 뿌듯했다. 하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건 엄마와 떨어질 때마다 떼를 쓰고 엄마가 데리러 오면 한참을 울던 큰아이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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