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이렇게 행복한 거구나.

[2부, 행복한 엄마가 되는 길] 육아를 내려놓으니 육아가 보였다.

by 박세미

내가 결정한 모든 사교육을 스탑 했다. 호주에서 아이 입시에 가장 중요한 시기 중 하나인 초등 4학년 때였다. 대신 아이가 먼저 해보고 싶다는 것만 중점적으로 시켰다. 첫째는 학교 밴드부에 들어가 색소폰을 배웠고 2학년이었던 둘째는 태권도를 매일 다다. 호주에 살면 필수로 해야 한다고 억지로 보냈던 수영도 완전히 그만두었다. 아이들은 그런 나의 결정에 전혀 아쉬워하지 않고 오히려 반가워했다. 남편과 상의 끝에 학군지가 아닌 우리가 아이를 키우기 편한 동네로 이사도 했다. 회사가 가깝고 아이들 행동반경의 중심이 되는 곳으로 말이다. 한순간에 육아가 편해졌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니 마치 그동안 무겁게 어깨 위에 걸쳐있던 맞지 않는 스타일과 사이즈의 겨울 코트를 벗어버린 느낌이었다.


나 한 사람의 생각이 바뀌자 많은 것이 바뀌었다. 다시 모든 것을 남편과 상의했다. 아이들보다는 부부가 중심이 되는 가정생활을 하고 싶어 했던 남편의 의견에 맞추어 우리에게 좀 더 집중했다. 부부사이가 좋으면 가정이 화목하고 그 안에서 아이들은 자연히 잘 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육아에 특별히 더 신경을 쓸 게 없었다. 건강과 안전, 예절과 생활습관만 올바르게 가르치려 노력했다. 대신 아이의 감정과 행동을 관찰하는데 집중했고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늘 질문했다. 아이가 의견을 말하면 나도 내 생각을 말했다. 아이의 의견을 먼저 수렴해서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강요나 잔소리 대신 나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대화가 늘어났다.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엄마인 나 자신에게도 적용했다. 내 감정과 컨디션이 어떤지 자주 확인하고 그걸 다이어리나 블로그에 자주 남겼다. 비로소 나 자신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사이 셋째 딸이 태어나고 이어서 막내딸도 태어났다. 아기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아이들을 키우는 사 남매의 엄마가 되었다. 남자아이 둘만 키우다 처음 딸을 키워보니 너무나도 달랐다. 육아관도 완전히 바뀌었던 터라 마치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아이의 존재 자체에 행복했고 모든 순간이 사랑스러웠다. 첫째와 둘째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딸들을 키우면서 느꼈던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아들들에게도 다시 표현해 주려 부단히 노력했다. 어린 시절의 사진을 보여주며 너희가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웠다고, 지금은 이런 모습이 사랑스럽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나를 자책하기보다 부족하고 나약했던 초보엄마시절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좀 더 단단해진 것에 감사했다. 아이가 자란 만큼 나도 성장했다고 느끼니 엄마로서 정말 뿌듯했다.


그렇게 조금씩 행복한 엄마가 되어갔다. 늘 불안하고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내가 그렇게 꿈꾸던 가정의 모습을 갖추어가게 되었다. 남편을 너무 사랑하고 그렇게 만든 가정 안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사랑했다.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사랑이라는 강력한 자성 때문인지 금세 가정 안에서 회복했다. 짜증과 화, 스트레스대신 웃음소리가 가득했고 그걸 유지하는 것이 인생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알고 나니 그 이외의 것들에 크게 애쓰지 않게 되었다. 내 일과 꿈을 사랑했지만 가정을 잃어가면서까지 목숨을 걸지 않았다. 헬육아라 했던가? 지옥 속에 빠져있던 엄마가 드디어 불구덩이에서 꺼내져 지상에 안착을 하게 되었다. 육아가 어떤 것인지 드디어 제대로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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