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행복한 엄마가 되는 길] 아이도 부모도 자연속에서는 행복하다.
사교육의 빈자리는 자연이 대신 채워주었다. 첫째를 입시학원에 보낼때는 주말에도 수업을 하다보니 어디가서 하룻밤 자고오는 여행은 꿈도 못꾸었었다. 매주 토요일 오전마다 다니던 한글학교도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아서 그만두었던 터였다. 그러다보니 주말에는 오롯이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때부터 늘 어디론가 떠났다. 한달에 두세번은 캠핑을 다니고 여행을 가지 않는 날에는 산이나 공원을 찾았다. 남편도 나도 워낙 여행을 좋아하던 터라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는것이 집이나 근처 쇼핑센터를 찾는것보다 훨씬 편했다. 드디어 제대로 가족들이 호주를 즐기게 되었다.
자연 안에서 아이들은 편안해 보였다. 새로운것을 관찰하고 직접 만져보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원래 그렇게 컸어야 했다는듯이 자연을 누볐다. 학교에서는 그렇게 어려웠는데 캠핑을 가면 쉽게 친구를 사귀었다. 함께 수영하고 놀이터에서 놀면서 하루이틀이지만 즐겁게 우정을 나누었다. 아이들은 일상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의 모든 활동을 흥미로워했다. 침낭을 개는것도 요리를 하는것도 놀이처럼 즐거워했다. 그러다보니 텐트를 치고 음식준비를하고 정리를하는 모든 과정에서 스스로 엄마와 아빠의 일을 도왔다. 억지로가 아닌 자연스럽게 삶을 배우는것, 자연에서는 그게 가능했다.
그래서 금요일 오후만 되면 짐을 쌌다. 바쁜 엄마아빠를 둔 이유로 아이들은 주중 하루의 대부분을 밖에서 보냈다. 첫째와 둘째는 학교가 끝나고 방과후 프로그램을 듣고 셋째와 넷째는 어린이집에서 가장 늦게 하원을 했다. 온 식구가 집에 모이면 늘 6시가 되어있었다.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책을 읽어주면 바로 잘 시간이었다. 그렇게 주중에 못놀아주는 미안함을 주말에 제대로 되갚아주었다. 아이들만 좋은게 아니었다. 사업을 하다보니 남편과 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낮밤없이 일을 했다. 그러다가 주말에 캠핑장에서 별을보며 와인한잔을 할때는 '이맛에 열심히 일하지' 소리가 절로 나왔다. 부모도 아이도 만족하는것은 학교도 학원도아닌, 결국 자연이었다. 이걸 너무 늦게 알았다.
2004년에 처음 호주에 온 이래로 처음 누려보는 여유였다. 호주에 와서 자리잡고 영주권을 따는데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살았다. 틈틈이 누릴 수 있었음에도 마음가짐이 나를 여유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쫒기는듯한 삶은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더 심해졌다. 하지만 육아방식을 바꾸고 삶의 방식 자체가 바뀌게 되었다. 쓸데없는것을 내려놓고 본질에만 집중하니 육아도 일도 삶도 점차 내 기준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엄마이자 회사 임원, 그리고 나라는 하나의 인간으로서 맡은바에 충실하고 그렇게 소진한 에너지를 자연으로부터 제대로 충전할 수 있었다. 자연이 모든것에서 우리를 이롭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