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좀 없으면 어때

[2부, 행복한 엄마가 되는 길] 사회성도 아이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by 박세미

우리 애들은 어릴 때 친한 친구가 없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조금 친해져도 엄마가 워킹맘이다 보니 하원이나 하교 후 따로 만나서 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내가 학부모와의 만남을 단절하고 주말에는 오롯이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다 보니 더 기회가 없었다. 아이들이 초등 고학년이 되어서는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학원 안 다니는 애, 공부 안 시키는 엄마라는 낙인이 찍히고 나니 엄마들 중 우리 아이와 친해지는 걸 꺼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상관없었다. 적어도 아이들이 크게 힘들어하거나 불만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킹맘으로서 미안하고 안쓰럽기는 했지만 육아방식을 번복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대신 잠깐을 함께해도 아이들과 눈 맞추고 대화하고 잠깐을 놀아줘도 열과 성을 다했다. 주말이면 안 가본 곳을 탐험하며 추억의 반경을 넓혔다. 부모가 행복했고 그 안에서 아이들은 늘 밝았다.


늘 사회성이 부족한 것 같아 걱정이었던 첫아이는 중학생이 되면서 조금씩 바뀌어 갔다. 마음에 맞는 친구가 생기자 시간을 함께하며 자신들의 스타일로 우정을 키워갔다. 혼자 등하교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니 가능했던 것 같다. 친구들도 큰아이와 결이 비슷했는데 조용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주로 그 친구집에 가거나 친구를 우리 집에 데려오는 식으로 놀았다. 생일파티를 해도 친구가 많아야 두세 명이었다. 아이 친구가 놀러 오는 날에는 좀 일찍 퇴근해서 맛있는 음식을 해주며 아이 친구들을 관찰했다. 가정환경이나 아이들 성향이 신기하리만큼 비슷했다. 친구를 사귀고 함께하는 방식은 아이가 스스로 정하는 것이지 내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그전까지 가지고 있던 죄책감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둘째는 첫째와 완전 반대였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교성이 좋아서 누구와도 금방 친구가 되었다. 엄마 아빠가 바쁘면 혼자 집 바로 옆 공원에 가서 산책하는 강아지들과 놀던 아이였다. 주인들과도 친분을 쌓아서 지나가던 견주들 중 우리 애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호기심과 장난기가 많아 학교에서 전화가 자주 오고 내가 학교를 찾아가는 일도 많았지만 다행히 선생님들이 둘째를 좋아했다. 한 번은 집에서 생일파티를 해주었는데 열명이 넘는 아이들이 단체로 하룻밤을 자고 간 적도 있었다. 나 역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라 둘째의 사회생활을 서포트해 주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래도 가능범위를 넓혀가며 아이의 요구를 맞춰주려 노력했다. 다행히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아이는 알아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형이 집에서 친구들과 놀 때 둘째는 근처 공원에 나가서 놀았다. 역시, 아이의 교우관계도 내가 주도할 영역이 아니었다.


아이의 사회생활도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고 나니 부모라는 책임감이 점점 더 가벼워졌다. 가벼워지고 나니 육아는 점점 행복해졌다. 행복해진 만큼 아이를 믿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었다. 그러자 아이도 나를 자신들을 사랑하는 부모라고 믿어주었다. 아이가 만나는 친구부터 함께 노는 시간과 활동까지 선을 넘지 않는 한 전부 아이의 결정에 맡겼다. 그렇게 큰애와 둘째는 점점 우리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여러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경험하는 중이다. 조금씩 넓혀지는 아이의 환경이 걱정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솔직한 내 감정을 전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렇게 육아에서 책임과 의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나니 아이와 나 둘의 관계가 가장 중요해지게 되었다. 당연한 육아의 원칙을 너무 늦게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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