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라 다행이야

[2부, 행복한 엄마가 되는 길] 나도 아이도 각자의 인생을 탐험한다

by 박세미

나는 전형적인 현모양처타입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늘 배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였고 특히나 실행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가정형편이 안되고 그럴 상황이 아니었어도 꿈이나 목표를 포기하기보다는 끈이라도 잡고 있곤 했다. 엄마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를 낳고서는 정말 내 시간이 부족했지만 그럴 때에도 늘 머릿속에는 다양한 생각이 가득했다. 아이를 재우고 고요한 밤이 되면 머릿속 생각을 끄집어내 다이어리에 적거나 블로그에 옮겼다. 좀 더 전문지식이 필요할 때는 관심분야의 책을 읽고 온라인으로 공부를 하면서 어떻게든 생각의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했다. 엄마가 되면서 아예 다른 자아가 생겨버리자 아마도 나를 잃는 게 두려워서였을 수도 있다. 그렇게 나를 붙잡으려 애썼던 탓이었을까? 엄마가 되어서 불행하다거나 희생을 한다라는 생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이기적인 엄마 같아 미안했으니 말이다.



내가 어떤 엄마인지 빨리 안 것이 참 다행이었다. 매일 밤 반복되었던 나에 대한 깊은 상념은 나의 정체성과 목표를 조금씩 가다듬으며 선명하게 그려냈다. 그래서 쓸데없는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았다. 내가 내 인생을 나답게 잘 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살림과 육아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엄마들보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빨리 보냈고 더 긴 시간을 맡겼다. 엄마들의 모임이나 아이 친구와의 플레이데이트는 상상도 못 할 만큼 주중에는 의식주를 해결하기 바빴다. 그렇게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에는 나의 일과 꿈과 목표에 열심히였다. 물론 주말에는 확실한 엄마모드를 장착하고 아이들과 밖으로 나갔다. 업무에서 벗어나 아무 생각 없이 아이들과 자연 속에 있는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워킹맘들이 월요일을 기다린다지만 나는 반대였다. 나에게 주말은 아이들과 나의 세상을 가장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끔 내가 전업주부로 아이들을 키웠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본다. 없는 일도 만들어내는 타입이라 집에서도 나만의 업무과 루틴을 만들어서 살림이며 정리며 열심히 했을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추억도 많았을 거고 어린이집이나 학교생활을 더 많이 서포트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상상하며 가끔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엄마가 일을 하지 않고 집에 있었으면 좋았을까?"


아이들 대부분이 상관이 없다고 했다. 엄마가 집에 있으면 좋겠지만 일을 해도 괜찮다고들 이야기한다. 유치원생인 막내는 늘 엄마가 고프지만 중고생인 첫째와 둘째, 초등학생이 셋째는 엄마가 워킹맘인 것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느낀다. 아이들도 나의 인생을 존중해 준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도 아이들의 인생을 존중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뿐, 어떠한 강요도 하지 않는다.



그게 나의 육아 철학이다. 나는 나의 인생을 탐험하고 너는 너의 인생을 탐험하는 것이다. 매일 사회로 나가 세상에서 배우고 느끼고 경험하고 그러다가 때가 되면 가정으로 돌아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한다. 아이들은 유치원과 학교에서 사회인이 될 교육을 받고 나는 일터에서 세상을 마주하고 경험한다. 그렇게 각자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내고 집으로 돌아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주말에는 자연으로 나가 함께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한다. 누구 하나 서로의 인생에 간섭이나 부정을 하지 않고 존중과 응원이 가득하다. 나처럼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워킹맘으로 살지 않았다면 내 인생을 즐기고 타인의 인생을 존중하는 법을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생각한다. 워킹맘이라서 참 다행이라고.

KakaoTalk_20251115_225201817.jpg 미팅 후 마시는 커피 한잔으로 행복한 워킹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