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육아 철학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친 사건
2005년의 여름, 동부이촌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의 일.
테이블에 혼자 앉아 커피를 홀짝이는데 서양인 부자(父子)가 들어왔다. 족히 190은 돼 보이는 거구의 아버지와 댓 살쯤 돼보이는 꼬마였다. 아버지는 ‘아아’를 아들은 오렌지 주스를 시켰다.
음료를 받아든 둘은 테이블에 서로 마주 보고 앉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이야기하면 아이는 잠자코 듣고 있고, 아이가 말을 하면 아버지 또한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 모습은 내게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때까지 내가 아버지와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한 기억은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심각한 이야기를 할 때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훗날 아버지가 되면 반드시 아이들과 대화하는 아버지가 돼야겠다 결심했다. 동시에 나와 그런 대화를 나누지 않는 아버지를 원망하는 마음도 고개를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는 아버지가 됐다. 다행히 그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아이들과 대화하는,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당시 꿈꾸던 아버지가 된 것 같다.
주변의 육아 선배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애들이 클수록 대하기 힘들어진다고. 어렸을 때는 먼저 다가오던 녀석들이 커갈수록 자기를 멀리한다고 말이다.
어쩌면 아버지도 그랬을지 모른다. 나와 대화를 나누지 않은 게 아니라 내가 아버지를 밀어낸 건 아니었을까? 아버지로서 아들과 대화하고 싶지 않을 리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
대화는 모든 인간관계의 시작이자 끝이다. 특히 가까울수록 더 많은 일을 함께 겪기 때문에 더 자주 대화를 나눠야만 한다. 부족한 대화는 결국 오해와 갈등을 낳는다.
하지만 대화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니 가까운 사람들과 평소에 자주 대화하자. 큰일이 터졌을 때 대화를 나누려 하면 이미 늦었다. 소소한 이야기를 일상에서 자주 나눠야 한다.
2005년의 어느 날 내가 봤던 그 서양인 부자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부디 내가 봤던 아름다운 대화의 모습을 지금까지 이어나가고 있기를 바란다.
안녕하세요. 박성운입니다.
저는 이런 일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