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by 박승아

그는 여유로이 베란다를 거닐었다. 창문은 활짝 열어 두었다. 눈을 감고 따스한 봄햇살을 맞이하니 더없이 기분이 좋았다.

옷차림은 누구에게 내보이기 조금 부끄러웠지만, 내 집에선데 아무렴 어떠냐. 이 공간과 온기만으로 충분했다.


한동안 만끽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어제부터 붙잡고 있는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내가 끓여준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을 홀짝이며, 집중했다.

그가 집중할 때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다. 어린 딸이 애타게 아빠를 찾는 소리도, 책꽂이를 옮기며 낑낑거리는 아내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도. 그에게는 본인만의 세계가 있다. 이 세계는 누구도 쉬이 들어올 수 없으며, 그를 잘 아는 주변인들은 그가 그의 세계에 들어가 있을 때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는 종종 유튜브를 켜 좋아하는 노래를 찾아 듣곤 한다. 철 지난 트로트이지만, 그에게는 명곡이었다. 드라마를 보던 아내는 소리를 줄여달라며 소리친다. 그러면 그는 대답은 않지만서도 순순히 볼륨을 줄여주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노랫말을 흥얼거린다.

"미워졌다고~ 갈 수 있나~요~ 행여나 찾아~올까~ 봐~"

아내는 그 모습을 보고는 한 마디 할까 입을 열었다, 그저 미소만 지었다. '내 남편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