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송송송-
그녀가 부침개 반죽에 청양고추를 양껏 썰어 넣는 소리다.
그녀는 청양고추 특유의 알싸함을 좋아했다. 모든 요리에 청양고추를 넣었다. 그녀의 큰손은 이런 때 제 역량을 발휘했다.
"여보, 조금 매운데?"
"얼큰하잖아."
그녀는 어중간 한 건 딱 질색이었다. 할 거면 하고, 아닐 거면 말아야지, 이도 저도 아닌 꼴은 가만두질 못 했다. 그녀의 성격이 단적으로 드러난 게 그녀의 요리였다.
그렇다고 그녀가 매정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는 온정을 베푸는 데에도 아낌없었다.
"지영 씨, 내가 아들 학예회에 가야 해서.... 나랑 일 좀 바꿔주면 안 될까?"
"그럼요. 언젠데요?"
그녀는 남을 돕는 일에는 절대 인색하지 않았다. 도울 수 있는 만큼 돕고, 더 돕지 못하면 아쉬워했다.
"언제든 말씀하세요."
안타깝게도 그녀는 베푸는 것만큼 돌려받을 순 없었다. 작년에 지인에게 사기를 당한 후로, 줄곧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얼굴에선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친절했으며,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베풀었다. 사람들은 지영 씨가 사실은 엄청난 재산을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수군댔지만, 지영 씨는 오해에도 아랑곳 않고 여전히 사람들에게 나누었다. 지영 씨의 얼굴에서 드디어 웃음기가 가신 것은 건강검진 결과가 나온 후였다.
지영 씨는 더 이상 요리에 청양고추를 마음껏 넣을 수 없었다. 원하는 요리를 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점차 요리를 하지 않게 되었고, 사람들을 만나지도 않게 되었다. 하던 일도 그만두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영 씨가 무엇을 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세상을 향해 따뜻한 손을 내밀던 지영 씨는 그렇게 어둠 속에 갇혀버렸고, 세상은 언제 그런 사람이 있었냐는 듯, 태연히 지영 씨를 잊었다.
사람들이 겨우 지영 씨의 존재를 떠올린 것은, 그녀의 집 앞에 이삿짐을 나르는 차가 도착한 날이었다.
일꾼들은 열심히 짐을 나르고 있었지만, 지영 씨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지영 씨의 남편만이 일꾼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하고 있었고, 그의 얼굴은 초췌해 보였다. 사람들은 지영 씨가 빚더미에 올랐을 때처럼 집 주위에 모여 수군거렸다.
마침내 짐을 가득 실은 차가 떠나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뿔뿔이 흩어지며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모두의 얼굴에는 퇴근하거나 하교하는 가족들을 맞이하는 환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