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굉장히 외향적인 성격입니다. 사람들 좋아하고, 돌아다니는 것 좋아하고요. 친구도 굉장히 많습니다. 친구들이 항상 저에 관해서 하는 말이, 열정적이라는 것입니다. 맡은 일은 항상 열심히 해서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실적에는 자신 있습니다."
지원자를 유심히 바라보던 면접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굉장히 자신감 넘치는 친구로군.'
"일할 때는 어떤 스타일인지 말씀해 주세요."
"아, 저는, 실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타입입니다. 중국에서 근무할 때 제도적인 제한으로 영업이 어려웠던 적이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막혀서 어떤 지역은 아예 입장도 불가했고요. 하지만 저는 틈새시장을 이용했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지 않습니까? 사실 인간이라는 게 완벽할 수는 없다 보니 항상 미처 고려하지 못한 빈틈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철저한 시장조사로 그 빈틈을 찾아냈습니다. 그걸 파고들어 결국 성과를 낸 것입니다. 제 포트폴리오 2장에 좀 더 자세히 나와 있는데, 지금 설명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면접관은 이토록 색이 분명하고 적극적인 지원자를 처음 만나 다소 당황스러웠다. 확실히 회사에 도움 될 인재는 맞는 것 같다. 미리 검토한 그의 포트폴리오의 내용도 역시 공격적이었다. 어찌나 꼼꼼하고 자세히 적어놨는지 사실 추가 설명은 필요 없었다. 게다가 길게 이어지는 면접으로 조금 피곤하기도 했다.
"아뇨, 됐습니다. 포트폴리오에 잘 나와 있는 것 같군요.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긴 면접이 끝나고 면접관이 한숨을 돌렸다. 그래도 성과가 있었다. 마지막의 그 지원자는 기울어가는 회사를 다시 일으키고도 남을 것 같았다. 유일하게 걸리는 것은 출신이 조금 수상쩍다는 것이었다. 이력은 화려하나 불분명한 출신으로 추후에 어떤 뒤탈이 날지 모르니 신중해야 했다. 면접관은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와인을 홀짝였다. 어떻게 할까?
회사는 사실 사람을 뽑는 데 그렇게 까다로운 곳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 실적이 바닥을 쳐 팀장으로서 책임감이 크게 느껴질 뿐이다. 면접 때 거의 마음이 정해졌지만 그래도 하루쯤은 더 고민해 보기로 했다.
'잘하고 있군.'
포트폴리오의 내용이 과장이 아니었는지, 신입사원은 꽤 잘 해내고 있었다. 초반에는 회사에 적응하느라 제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 듯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점차 실력이 나왔다. 실적엔 자신 있다더니, 정말이었다.
"월말 평가도 잘 나왔는데, 오늘은 회식합시다. 다들 시간 됩니까?"
"네! 물론입니다! 저번에 괜찮다고 하셨던 거기로 할까요?"
"아니, 새로운 곳에 좀 가보자고. 가볼 만한 데로 좀 추려 봐요."
여기저기서 술잔 부딪히는 소리와 지글지글 고기 익는 소리,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 거리는 모임 장소로 요즘 뜨고 있는 곳이었다.
"어떻게 이런 델 찾았어요?"
"하하, 제가 또 트렌드에 빠삭합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팀장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믿음직스럽군.'
"이제 슬슬 안정기에 접어드는 것 같은데, 한 시름 놔도 되겠어. 고생했어요."
"잘 가르쳐주신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비결이 뭡니까? 다른 팀원들한테도 공유 좀 해줘요."
"그래요. 다 같이 실적 올려야지. 나 때는 그런 거 다 공유하고 그랬어요."
"하하, 영업기밀을 공개하라고 하시면 곤란합니다."
신입사원은 요즘 트렌드를 알려주겠다며 자연스레 화제를 돌렸다. 기존의 사원들은 퍽이나 아쉬운 표정이었지만 신입이 분위기를 잘 다루는 탓에 영업기밀에 대한 것은 금방 잊혔다. 신입사원으로부터 멀리 앉은 만년 대리 하나만이 혼자 어울리지 못하고 소주만 들이켜고 있었다. 그는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아니, 어떻게 된 일이야? 그 사람들이 갑자기 왜 거래를 끊자고 합니까?”
“아, 그게… 아무래도 저희 쪽에서 전략적으로 감췄던 정보에 대해 알게 된 모양입니다. 내부자가 아니고서야 알 수가 없는 정보인데…."
“일단 감 대리가 잘 처리해 보세요. 원래 감 대리 담당이었잖아. 갖은 수단 동원해서 회복시켜 놔요.”
“네, 알겠습니다.”
감 대리는 신입을 흘깃 쳐다보고는 제 자리로 돌아갔다. 신입의 시선에 분명 감 대리가 자신을 향해 얼핏 옅은 미소를 지은 것도 같았다. ‘잘못 본 거겠지.’
며칠간 감 대리는 어느 정도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놓았다. 신입이 워낙 승승장구하고 있었기에 신입에게 맡겨진 것일 뿐, 회사에선 꽤나 기대를 하고 있던 건이기에 일을 수습한 감 대리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감 대리는 요 며칠 콧대가 높아진 것 같았다.
반면 신입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중국에서도 크게 한 건 한 자신이다. 이번의 고난도 어렵지 않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었다. 신입은 이번이야말로 자신이 특기를 발휘할 때라고 생각했다. 결국 신입의 변칙 플레이가 먹혀들었다. 감 대리가 어설프게 수습해 놓은 것을, 신입의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판을 크게 키울 수 있었다. 감 대리가 씩씩댔지만 이번엔 그도 인정하는 바였다. 자신은 신입을 감당할 깜냥이 못 되었다.
신입은 일찌감치 승진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동안 세운 공을 회사에서 크게 인정하는 듯했다.
“회사 돌아가는 꼴좋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을 벌써?”
“이번엔 감 대리님 차례일 줄 알았는데….”
“감 대리님은 솔직히 감 좀 잃지 않았어? 약간 구닥다리야.”
곳곳에서 수군대는 소리를 감 대리가 못 들을 리가 없었다. 감 대리는 평생을 몸담은 직장을 퇴사할 생각까지 했다. 이곳 말고 조금 더 작은 곳으로, 자신이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옮기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지방의 소도시나 아니면 차라리 저 멀리 개발도상국의 작은 마을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노비일 거라면 대감집 노비가 낫댔는데….'
감 대리도 동료 직원들의 말이 틀린 것 하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아무래도 새로운 피를 이겨내긴 쉽지 않았다. 초조해진 나머지 답지 않게 꼼수까지 썼지만 신입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아직 완전히 몰락한 건 아니지만, 더 우스운 꼴을 보이기 전에 얼른 퇴장하고 싶었다. 역사에 아름답게 남을 수 있도록. 신입의 입지가 커질수록, 자신은 초라해져만 갔다. 여기까지가 자신의 역량인 것 같다.
“저, 퇴사하겠습니다.”
다음 달이면 인사이동 발표인데, 누가 봐도 승진 대상이었던 신입의 깜짝 발표였다. 조용히 사직서를 내민 신입의 표정은 결연했다.
“저, 이게 원래 미리 말해주는 게 아닌데, 알겠지만, 다음 달이면….”
“상관없습니다. 저는 여기서 제 할 일을 다 한 것 같습니다.”
신입을 설득해 보려던 팀장이 벙 찐 표정을 지었다. TOP3까진 아니어도, 꽤나 손꼽히는 기업에서의 승진인데, 그걸 굳이 마다할 리가 있을까. 공식 발표된 사항은 아니지만, 회사에서는 신입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기로 입이 맞춰져 있었다. 깔아준 탄탄대로를 따라 걷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신입을 메인에 두고 계획을 짜던 임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내년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신입은 인수인계는 확실히 해놓겠다 했다. 잠수를 타버리는 것보단 나은 상황이었지만, 공백을 메울 신입을 또 뽑아야 했다. 이것 참, 채용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수고했어요, 고 사원.”
“네, 감사합니다. 그동안 많이 배웠습니다.”
“어디로 갑니까?"
팀장의 질문에 고 사원은 싱긋이 미소만 지었다. 하여튼 입사할 때부터 썩 내키지 않는 뭔가 있는 녀석이었는데, 끝까지 이런다.
“대답 들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도 안 했어요. 어디 가든 하던 대로만 해요.”
“네, 잘 지내십시오.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팀장은 홀가분하게 떠나는 고 사원의 뒷모습을 아련히 바라보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난생처음 보는 유형의 놈이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십니까.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피! 신입사원 지원자 변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