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의 열린 문으로 네 식구가 들어온다. 아버지, 어머니, 딸, 아들, 전형적인 가족 구성이다. 아버지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입구 근처의 자리 하나를 잡고 앉는다. 가족들을 앉히고도 자리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계속해서 두리번거리던 그는 이내 쩝 하며 인상을 찌푸린다.
"삼겹살 4인분 주세요."
곧 주문한 고기가 나오고, 아버지가 집게를 들어 고기를 굽기 시작한다. 그가 고기를 올리고 이리저리 뒤집을 동안 아내와 아이들은 아무 말 않고 멍하니 불판만 쳐다보고 있다.
"엄마, 나 물 줘."
어머니는 딸에게 물을 가져다준다. 아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휴대폰을 꺼내 모바일 게임을 시작한다. 뿅뿅 하는 요란한 소리가 나오고, 아들은 슬쩍 아버지의 눈치를 본다. 아버지는 아무 말 않고 고기만 굽고 있다. 김치와 마늘도 올리고, 불판 위를 가지런히 정리한다. 아들은 불판을 한 번 더 쳐다보곤 휴대폰 소리를 줄인다.
"한 푼만 주세요."
열린 문으로 한 노파가 들어온다. 가게 밖에는 작은 캐리어가 하나 있다. 무엇이 담겼을까, 딸이 궁금해한다.
"돈이 없어요. 힘들어요. 조금이라도 주세요."
고기가 웬만큼 구워져 아버지가 먹기 좋게 자른다. 자른 고기 조각도 가지런히 정돈해 먹음직스러운 불판이다. 딸이 먼저 고기를 집어 먹는다. 그러면서도 눈은 노파의 캐리어에 고정되어 있다. 노파는 아버지의 소매 자락을 슬쩍 잡는다. 딸은 아버지를 본다. 아버지는 집게를 쥔 손에 더욱 힘을 주며 열심히 고기를 뒤집는다. 어떤 고기는 새카맣게 타 버렸다. 불판에서 기름이 튀어 노파의 손목에 닿았다. 하지만 노파는 아버지의 소매 자락을 놓지 않았다. 그녀의 손끝은 힘없이 흔들린다.
"엄마, 콜라도 시켜 줘."
"저기요! 콜라 하나 주세요!"
직원이 콜라 한 병을 가져오곤 노파에게 눈을 흘긴다. 하지만 아무 말도 않고 원래 앉아있던 자리로 간다. 노파의 손가락은 아버지의 소매 자락을 가볍게 흔든다. 딸이 노파의 얼굴을 쳐다본다. 주름이 많다. 눈이 흐리멍덩하다. 머리가 하얗다. 손이 작다. 등이 굽었다. 캐리어는 파란색이다. 캐리어는 꼼짝도 않고 길거리에 서 있다. 저렇게 작은데 도대체 뭘 넣을 수 있지?
아버지는 끈질긴 노파의 손가락에 딸을 한 번, 아들을 한 번 쳐다본다. 그리고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을 짓는다. 집게를 잡았던 손을 주머니에 넣어 살짝 휘저어 본다. 지폐 석 장이 잡힌다. 아마 삼만 원이리라. 그는 주머니 속에서 그중 한 장을 힘겹게 꺼내 노파에게 건넨다. 노파는 여전히 흐리멍덩한 눈을 하고 옆 테이블로 이동한다.
딸의 눈은 노파를 따라 데굴데굴 굴러간다. 노파는 옆 테이블에서도 고전하는 듯하다. 딸은 시선을 살짝 옮겨 벽에 붙은 메뉴판을 쳐다본다. 열무냉면이 특별 메뉴로 나와 있다. 고기의 가격이 얼마인지 궁금한데, 보이지 않는다. 곧 흥미를 잃곤 다시 불판으로 돌아온다.
"내일 학원 안 가면 안 돼요?"
"왜?"
"학교 일찍 끝나서 친구들이랑 놀러 가기로 했어요."
"학교가 왜 일찍 끝나?"
"봉사활동 가서요."
"어디로 가는데?"
"S동에 있는 무슨 복지관이요."
"봉사활동 좋지. 가서 잘 도와드려라."
다른 쪽 옆 테이블에는 몸에 문신이 가득한 무리가 앉아있다. 테이블엔 소주가 몇 병 올라와 있다. 그중 한 명이 노파를 힐끗 쳐다본다. 테이블에 놓여있던 지갑을 열어 안을 확인하더니 전부를 꺼낸다. 삼만 원이다. 꼬깃꼬깃 접힌 지폐를 바르게 펴더니 지갑 밑에 깔아놓는다. 그리고 다시 고기를 먹으며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
노파는 결국 두 번째 테이블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캐리어가 있는 쪽으로 몸을 돌린다. 발걸음이 무겁다. 느릿느릿 가게를 나서 캐리어에 다다른다.
남자는 젓가락을 탁 내려놓고 지폐를 집어든다. 쏜살같이 달려 나가 떠나려던 노파를 붙잡는다.
"할머니, 여기요. 건강하세요."
"고마워요."
남자는 할머니가 떠나는 것을 잠시 보다가 다시 테이블로 돌아온다. 소주를 한 병 더 시키고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계속한다.
네 가족은 식사를 마친다. 어머니는 커피를 마시러 이미 나가 있고, 아버지는 결제를 한다. 아버지는 가족들을 찾으려 두리번거리다가 건너편 카페에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커피 맛있네."
"사실 따지고 보면 노동착취의 산물을 마시고 있는 거야. 브라질에서 노예처럼 부려먹더라고. 불쌍하지."
얼마간 대화를 나눈 가족은 고깃집의 주차장으로 향한다.
"여기 있어. 차 가지고 올게."
아버지 혼자 차로 걸어간다. 운전석에 앉아 벨트를 매고, 액셀을 밟는다. 커브를 도는 순간,
쾅!
아버지는 놀라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는다. 남자가 여럿 서 있다. 황급히 차에서 내려 확인해 보니 한 남자가 쓰러져 있다. 남자는 꼼짝도 않는다. 남자들은 누워 있는 남자를 흔든다. 아버지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는다.
"어떻게 됐어?"
"천오백만 원이래. 전과도 없고 해서."
"어휴, 너무 비싸다."
"그러니까. 아니, 젊은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바로 죽었지? 하, 천오백이 바로 되나?"
"뭐, 이것저것 해약하면 될 거야. 근데 어떻게 더 줄일 수는 없나? 유족이랑 합의하고 뭐 그런 거 있잖아."
"글쎄, 한번 알아볼게. 휴,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겨서.... 신은 없나 봐. 착하게 산 사람한테 나쁜 일만 생기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