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요란한 공사 소음 때문에 그녀는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작업물엔 전혀 진척이 보이지 않았다. 계속 같은 작업만 반복, 취소, 반복, 취소.
'왜 한밤중에 공사를 하는 거야? 잠도 안 자나?'
그녀는 공연한 신경질을 내보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여전히 공사는 진행되었고, 그녀의 작업물엔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 퍼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 그냥 놓아버린다면?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타고난 수재였다. 무엇이든 못하는 것이 없었고, 어른들에게 늘 예쁨 받았다. 그녀는 그러한 대우를 당연시하게 되었다. 인정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성과는 자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누구보다 노력했으며, 누구보다 바쁘고 빡빡한 그녀의 일정은 그녀의 삶의 원동력이자, 자랑거리였다.
그런데 고작 공사 소음 따위가 그녀를 방해하고 있었다. 그런 사소한 자극에 영향을 받을 리가 없는데도, 이상하게 오늘따라 그녀는 괜히 신경이 쓰였다.
사실 그녀가 마감기한을 빠듯하게 맞추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녀는 무엇이든 급박하게 진행하는 일이 없었다. 항상 바빴지만, 그렇기에 여유로웠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녀의 일상에 이상이 생겼다. 계획해 두었던 일들이 하루, 이틀씩 밀리기 시작했고, 속도가 느려졌다. 난데없이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진 적도 있었다. 그녀는 이것이 그 '슬럼프'라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것이 아니었다. 사실 그녀는 타고난 수재가 아니었다. 언젠가 실시한 아이큐 검사에서 그녀는 평균이 나왔다. 학교 성적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최상위권에 자리한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얻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정직한 결과였다.
그러니까 사실 그녀는 재능이 있기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뛰어난 두뇌가 아니라 타고난 성실이었을 뿐이다. 그녀의 특출함은 두뇌가 아니라, 항상 성실하다는 것에 있었고, 어느 누구도 '항상' 성실할 수는 없기에 그녀의 재능이 되었다.
그녀는 슬럼프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문득 앞서 서술된 내용과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본인이 뛰어난 두뇌를 타고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간신히 버텨왔던 그녀 안의 무엇이 느닷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알아차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무너져 그녀를 뒤덮었다. 그녀는 무엇인지 모르는 더미에 눌려 절망감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류를 위로하기 위한 고작 '성실'이라는 단어로 자신을 규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한없이 비참했다.
그녀는 모든 작업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녀는
그렇게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