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 조각

인간이란 무엇인가

크리에이터 The Creator, 2023

by 박승아

영화에서 인간과 AI 간의 전쟁이 일어난 이유는 AI가 LA에 핵폭탄을 터뜨렸고, 서구권에서 AI 말살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AI가 폭탄을 터뜨린 것은 코딩 오류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렇다면 이것은 인간 탓일까, AI 탓일까?


사실 이것은 누구의 탓인지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AI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AI를 인격체로 인정한다면 AI 탓일 테고, 단순히 로봇으로 본다면 코딩한 인간 탓일 테다.


영화는 AI를 감정을 느낄 줄 아는 존재로 묘사했다. 동시에 군인들은 AI에게 흔들리는 동료에게 '진짜가 아니라 단지 프로그래밍된 것일 뿐'이라며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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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따지면 인간의 뇌도 전기 신호로 운영되고, 모든 것을 관장하므로 프로그래밍된 것이다. AI와의 차이점은 공장에서 온 것인지, 뱃속에서 나왔는지 뿐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부드러운 피부 아래에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으면 인간일까? 생물학적으로는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연쇄살인마도 생물학적 인간이지만 그들을 두고 '인간적'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조건에는 생물학적인 요소 그 이상의 것이 있다는 뜻이다. 보통 '인간적'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고 타인에 공감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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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간의 뇌를 본떠 만들었다. 그렇기에 '인간적'이다. 죽는 게 아니라 전원이 꺼지는 것일 뿐인 존재인데, 인간적이기 때문에 인간이라고 해야 할까?


AI로 복제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은 '역사'이다. 인간도, AI도 지식을 공유하지만, 인간은 그것이 세대를 걸쳐 전승되고, AI는 세대의 개념이 없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AI의 방식이 더 나을 수 있겠지만, '인간=기술'이 아니니 논외로 한다.


점점 더 기술이 발전되고 AI가 인간의 업무를 상당수 대체하고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AI가 가져가는 일이 그동안 우리가 인간 고유의 것이라고 믿었던 일들이라는 것이다. 이제 인간은 하루 8시간 동안 노동을 하고, AI는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노래를 부른다. 단순히 기술의 발전에 축하할 것이 아니라,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인간의 살길을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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