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 조각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 Devil Wears Prada, 2006

by 박승아

화려하고 주목받는 삶, 멋들어진 삶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현대인의 갈망을 묘사함과 동시에 그에 대한 대처법을 제시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이 망가진 미란다에 반해 앤디는 올곧은 신념과 따뜻한 품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앤디는 미란다의 삶을 동경해 그처럼 변하고, 주변의 모든 것을 내치게 된다. 재밌는 점은, 정작 미란다가 앤디를 인정하고 그 욕망을 지적했을 때 앤디는 그녀를 떠날 결심을 내렸다는 것이다.


영화는 가벼운 눈인사와 뒤돌아 지은 미소로 마무리된 미란다와 앤디의 관계를 통해 관객에게 본인의 신념을 따를 것을 제안한다. 미란다나 앤디 둘 중 어느 누구도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은 없다. 그저 각자 자신이 최우선에 두는 가치를 정했고, 이를 충실히 따랐을 뿐이다. 미란다는 남편과 딸들이 아니라 편집장 자리를 지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것이고, 앤디는 명품과 남자친구가 아니라 글에서 의미를 찾을 것이다.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두 사람이 결국 서로를 도와준 것이 흥미롭다.


주인공인 앤디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두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나는 이만큼 일에 몰두한 적이 있었나?' 그리고 '화려한 싱글이 좋을까?'


나는 이만큼 일에 몰두한 적이 있었나?

앤디가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미란다에 불평하자, 나이젤은 정말 노력한 적이 있었냐며 앤디를 깨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지금 하는 일이 꿈꿔왔던 일인지, 스쳐 지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는지와 상관없이, 어쨌든 나는 이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 외의 것은 상사의 관심 밖이다. 나는 과연 제대로 내 일을 해내고 있을까? 성과는 내지 않으면서 근무환경이나 연봉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에밀리는 이때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며 자기 최면을 건다. 꿈꿔왔던 일을 하더라도 유쾌하지 않은 상황은 생기기 마련이다. 에밀리만큼 헌신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근 동료의 연봉이 나보다 높은 것을 알았을 때의 올바른 대처법에 대해 읽었다. 정답은 '동료의 연봉을 깎는다'가 아니라 '나를 증명하고 내 연봉을 올린다'였다. 동료는 그저 동료일 뿐, 나의 입지와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의미 없는 질투에 사로잡힐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생각만큼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화려한 싱글이 좋을까?

그렇게 일에 몰두하다 보면 일 외의 것은 점차 중요하지 않거나 귀찮다고 여기게 된다. 특히 사람 관계에 있어 그렇다. 가족, 친구, 연인이 나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소중한 존재들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나를 증명하고 연봉을 올리는 데에는 그다지 도움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소박하게 그려졌지만, 어쩌면 앤디는 굉장히 용감한 결정을 내린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가지기 직전에 가진 전부를 내려놓고 돌아서기란 영화가 아니라면 쉽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이다.


사실 내려놓고 나면 별 거 아닌 일인데 괜히 겁먹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영화이기에 해피 엔딩이 될 수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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