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 위민 원트 What Women Want, 2000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 실험적인 작품이 좋았다. 하지만 그런 작품들은 오래 즐길수록 피곤해졌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가벼운 작품만 골라 보게 되었다. 그것조차 질려 막다른 골목에서 선택한 것이 '이미 검증된' 작품들이다. '이미 검증된' 작품들이란, 아주 유명하거나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들을 말한다.
처음 시작한 작품은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이다. 생각지도 못한 뮤지컬 영화였다. 유명하다는 이유로 줄거리만 훑은 채 지나갔다면, 평생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을지도 모른다. 영화가 뮤지컬 영화인 줄 몰랐다면 평범한 플롯에 갇혀 영화의 참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막 영화에 발을 들인 내가 생각하는 명작은 ① 단일한 주제를 지닐 것, ②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할 것,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킨 작품이다. 요즘엔 시각적으로, 또 내용 면에서도 화려한 작품들이 많다. 이런 작품들은 관람 시에는 흥미로울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여전히 그 가치가 빛을 발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명작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도 그 값을 못하는 작품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유명하다고 하면 수십 년 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음을 관통하는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
오늘의 옛 작품은 <왓 위민 원트>이다. 2019년의 <왓 맨 원트>를 이미 관람한 상태라 영화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는 예상했다. 하지만 두 작품은 제목과 줄거리만 비슷하지, 결은 완전히 다른 작품이었다.
<왓 맨 원트>는 그저 유쾌한 영화였다. 반면 <왓 위민 원트>는 단순하고 전개가 예상되는 플롯을 지녔음에도 오히려 더 섬세했다. 올바르지 않은 성 가치관을 가진 닉이 여성의 마음을 읽게 되면서 변화한다는 내용에 더해, 영화는 다양한 여성의 묘사를 담았다.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 그 유명한 '다아시'였던 것도 의도한 장치였을까?
닉이 어떻게 해서 그 고유한 특징을 갖게 되었는지부터,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생각했고,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그 전개가 너무나 매끄러워서 2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최근에 개봉된 <왓 맨 원트>와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주인공 성별의 차이인지, 감독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으나 누가 뭘 원하는지 아는 건 <왓 위민 원트>였다.
성별 문제를 완벽하게 풀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왓 위민 원트>도 <왓 맨 원트>보다 나은 것이지, 완벽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영화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100%는 될 수 없더라도, 99%에서 남은 1%를 채우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그것이 관객에게도 보여지는, 그런 예술이 아닐까?
명작이 그 이름을 갖게 되는 데에는 '섬세함'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지만, 동시에 '최선'이 존재한다는 것도 누구나 안다. 마지막에 양심을 지켰던 닉처럼, 최선에의 노력은 언제나 필요하다. 최선이 쌓이면 최고가 되고, 완벽에 조금 더 가까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