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에는 마음의 모양이 담긴다.

by 윤스

요즘 사람들은 손으로 글을 쓸 일이 많지 않다. 문서는 컴퓨터로 만들고, 대화는 휴대폰으로 나누고, 메모조차 화면 속에 저장된다. 그래서 손글씨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기 쉽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손글씨에는 마음의 모양이 담긴다. 손으로 쓴 글씨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속도가 있고, 말로 설명되지 않는 결이 있다. 조급한 마음은 획이 날카롭고, 배려하는 마음은 글자가 단정하다. 정성스럽게 적은 한 줄은 긴 문장보다 진심을 더 조용하게 전한다.

물론 글씨가 예쁘다고 그 사람이 완벽한 건 아니다. 글씨가 삐뚤다고 그 사람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글씨에는 태도가 남는다. 읽는 사람이 편하도록 또렷하게 쓰려는 마음, 그 조용한 정성이 글씨 속에 남는다.

살다 보면 손글씨를 써야 하는 순간이 꼭 있다. 급하게 메모를 남겨야 할 때, 설명을 적어 건네야 할 때, 누군가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쓸 때. 그 순간 글씨가 흐트러져 있으면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고 읽는 사람도 애를 먹는다. 작은 일이지만 서로의 마음을 괜히 소모시키기도 한다.

반대로 단정한 손글씨는 그 자체가 예의가 된다. 글씨 한 줄 때문에 상대가 편안해지고, 말보다 먼저 좋은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작아 보이지만 분명한 힘이 있다.

손글씨를 꼭 예쁘게 써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한 글자라도 정돈된 마음으로 적어보려는 연습은 어떤 자리에서든 나를 대신해 준다. 타이핑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손끝의 온도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손글씨에는 마음의 모양이 담긴다. 그리고 그 모양은 조금씩 천천히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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