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한때는 자주 연락하던 친구가 어느 순간 번호만 남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다시 만나지 않아도 되는 얼굴들도 있다. 좋았던 인연도 있고, 잘못된 관계도 있고, 그냥 그렇게 흘러가버린 사람들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부고 문자가 도착한다. 그 사람이 직접 나에게 보낸 게 아닐 수도 있다. 주소록에 남은 번호들을 통째로 눌러 그냥 모두에게 보냈을 수도 있다.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보낸 문자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장례식장을 간다. 가까운 사람들이든, 이미 인연이 끝난 사람들이든, 그 앞에서는 아무 상관이 없다. 사람이 겪는 가장 깊은 슬픔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낼 때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나 같다.
장례식장은 짧다. 조문하고, 고인께 인사하고, 고개 숙여 위로를 전하고, 따뜻한 국 한 그릇 먹고 돌아오면 끝이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면 마지막까지 함께 한다. 발인의 길을 따라간다는 것은 고인을 향한 예의일 뿐 아니라, 남은 사람의 가슴속에 작은 불을 켜주는 일이다.
발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신없이 스쳐 지나가는 장례식장과 달리 그 순간의 얼굴들은 오래 남는다. "그래도 끝까지 함께 해준 사람이 있었구나." 그 마음 하나가 산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만든다.
살아가다 보면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있고, 말로 닿지 않는 슬픔이 있다. 그럴 때는 그 자리에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손을 잡지 않아도, 길게 말을 건네지 않아도, 함께 있어주는 존재 하나가 사람이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준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길을 함께 걸어준다.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얼마나 가까웠는지, 그 순간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누군가의 세상이 무너지는 날, 그 옆을 지켜주는 일. 그건 위로라기보다 사람이 사람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깊은 마음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