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얼어붙은 마음을 달래줄 음식.
<초대장>
환영합니다.
봄에만 찾아오는 아주 특별한 손님을 모셨으니,
정취를 즐기고자 하시는 분들은
두 입 벌려 찾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시 : 매년 봄 (3-4월)
장소 : 우리 집
매년 4월, 따스한 바람이 선선히 불어올 때 그 즈음 우리 집 주방에서 자연스레 봄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
어스름히 해가 내려 앉는 저녁, 보글보글 달래된장찌개가 끓여지는 소리다. 우리 가족에겐 매년 봄이 찾아왔음을 알려주는 계절의 지표다.
달래된장국은 봄에 만날 수 있는 우리집 귀한 손님이다.
어렸을 때부터 구수한 음식이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한 입맛 탓일까. 엄마는 매 계절마다 그 계절에 맞는 제철 음식으로 나의 입맛을 춤추게 했다. 달래된장국은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이자, 봄이 오면 선보이는 대표 음식 중 하나다.
달래는 냉이와 더불어 봄을 대표하는 나물 중 하나이다. 달래의 제철은 이른 봄, 비닐 하우스 재배로 언제든지 맛볼 수 있지만, 봄철 들에서 캐는 달래가 매운 맛이 강하고 가장 향이 좋다고 한다. 어머니께서도 간혹 하시는 말씀이 당신이 어릴 적 밭에서 호미로 직접 캔 달래의 향은 오늘날 달래의 향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더 진하고 맛이 좋다고 하셨었다. 달래는 예로부터 '들에서 나는 약재'라고 해서, 봄에 가장 먼저 임금님께 바치던 고급 식품이었다. 또한 달래는 맛이나 향이 마늘과 유사해서 '산마늘, 들에서 나는 약은 마늘' 이라는 별칭이 있다. 달래의 매운맛 성분인 알리신은 황산화 기능, 항암작용 등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높여주어 저항기능을 키워주는 건강식품이기도 하면서 달래의 독특한 향이 봄철 춘곤증으로 입맛을 잃기 쉬울 때에 식욕을 돋우는 효과가 있다. 특히 달래에는 비타민 C가 많아서 피부미용과 동맥경화의 예방에도 좋고,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여 빈혈을 없애주고 간장 작용을 도와줄 만큼 효능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달래의 알싸한 향이 입 안에서 맴돌아 봄 향기를 물씬 느끼게 해준다. 나도 그 향과 맛이 좋아서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다. 비록 날씨는 봄을 느끼기에 아직은 쌀쌀한 감이 있지만, 음식만으로도 충분히 봄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을 같이 느끼고 싶어 이 음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달래된장국의 재료는 간단하다. 우선 줄기가 마르지 않은 싱싱한 달래와 두부, 맛을 더 살려줄 살 오른 통통한 바지락과 핵심 재료 된장, 풋고추, 국물을 내줄 멸치 혹은 북어머리, 다진 마늘 약간이 필요하다.
본격적으로 달래된장국을 만들기에 앞서 달래는 찬물에 담가 두었다가 흐르는 물에 한 뿌리씩 흔들어 씻어 달래에 묻어있는 흙을 말끔히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팁으로 달래의 둥그런 알뿌리가 클수록 매운 향이 강하므로 큰 것은 주로 된장국에, 작은 것은 대체적으로 무침에 해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깨끗이 손질한 달래는 적당한 크기로 썰고, 두부도 깍둑썰기로 썰어낸다. 된장국의 시원하고 구수한 맛을 내기 위해선 육수가 필요한데, 우리 집은 항상 북어머리와 멸치로 국물을 낸다. 어느 정도 국물이 우려졌을 때 북어머리와 멸치를 걸러내고 우려진 국물에 된장을 적당히 풀어 넣는다. 거기에 준비해 두었던 싱싱한 바지락과 두부를 넣는다. 어느 정도 끓었을 때 썰어두었던 풋고추, 달래를 함께 넣는다. 중간에 뜨는 거품은 걷어내고 마지막으로 적당한 양의 다진 마늘을 넣고 끓이면 시원한 달래 된장국이 완성된다.
달래 된장국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뚝배기인 것 같다. 정말 아무리 맛있게 끓인 된장국이라도 일반 냄비에 끓인다면 뚝배기에서 우러나오는 맛을 따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집도 얼마 전 엄마께서 뚝배기를 하나 장만하셨는데 그 뚝배기로 끓이면 정말 구수함이 절로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상 위에는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 여덟 공기와 적당히 익은 김치를 보기 좋게 썰어놓고 가운데에 김 모락모락 나는 구수한 뚝배기를 놓아 소박하지만 정겹고 값진 상이 차려진다.
된장은 우리 고유의 맛이고 전통이다.
사시 사철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다.
올 봄, 달래된장국으로 겨울 내 얼어있던 입맛과 지친 영혼을 달.래보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