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장갑을 끼지 않고 설거지를 하는 바람에 손에 습진이 생겼다. 카페에서 일을 하면서 가장 귀찮은 일을 꼽으라면 설거지를 하기 전에 고무장갑을 끼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맨손으로 손에 세제를 묻히고 수세미로 대충 닦아내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여름에는 괜찮았는데, 날도 춥고 건조해서 손바닥과 손등에 두드러기 같은 게 났다. 엄마도 겨울이면 습진으로 고생을 하는데, 사람은 본인이 겪어봐야 다른 사람에 공감할 수 있는 것 같다. 뜬금없이 엄마 생각을, 헛헛한 깨달음을 얻는다.
대전에서의 생활도 어인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작은 기숙사 방에서 룸메이트랑 둘이서 살다가 여름부터는 작은 방을 구해서 학교 근처에서 지내는 중이다. 북향이어서 햇빛이 들지 않는다는 점과, 방이 몹시 좁아서 쉽게 어질러진다는 점을 제외하고서는 크게 불편한 것은 없다. 복학과 동시에 대전에서 꽤나 유명한 로스터리 카페에서 일하게 되었다. 배우는 것도 많고 같이 일하는 분들도 참 좋다. 자취방 옆 건물에 있는 카페 사장님이랑도 많이 친해졌다. 매일매일 오며 가며 인사를 나누다 보니 이따금씩 사장님이 쉬고 싶으면, 내가 매장을 지키는 날도 생겼다.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은 일들도 많았다. 구태여 불안하거나 조급해지지 말기로 마음먹었다. "괜찮아 숨 쉬어" 속으로 다섯 번 정도 반복하면 정말로 괜찮아진다.
습진이 난 손을 보니까 엄마 생각이 난다고. 엄마 생각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 잠깐 마주친 사람이라도 한번 더 웃어 보이고 싶다. 말하는 게 서툴러서 글을 잘 쓰고 싶고, 글을 잘 써서 더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번거롭게 챙겨야 하는 사람들이 진짜 내 친구들이라고. 이 사람들을 더 많이 깊이 사랑하고 싶다. 무심코 뱉어내는 짧은 글에는 전하고 싶은 고마움이 한가득이다.
덕분에 어우렁더우렁 외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