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방귀를 뀌면 북
전역한 지 한 달 정도 되어가는 시점이다.
사실 나는 그리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쩌면 책과 친해질 계기가 없었달까.
책 읽는 거에 본격적으로 재미를 붙이게 된 것은 군대에서였다. 그렇다고 군대에서도 그렇게 책을 많이 읽었던 것은 아닌데 친해질 기회가 생겼다. 사실 모든 군필자라면 동의하겠지만, 군대에서는 남는 게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서 군생활을 보낼지는 오로지 개인의 몫이다. 이런저런 선택지가 있었겠지마는 나는 책을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처음 읽은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었다. 사실 다른 책을 골랐다면 책과 가까워지겠다는 나의 다짐은 작심삼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이 책을 고른 데는 책과 나의 운명적인 만남을 암시하는 계획된 우연이 숨어있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노르웨이의 숲>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쓰인 늦은 1980년대의 책 답지 않게 문장 하나하나와 이야기 흐름이 매끄럽고 트렌디했다. 핸드폰 하는 시간도 마다하고 밤잠까지 아껴가며 소중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책의 매력에 흠뻑 젖어버린 나는 곧바로 다른 책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나에게 맞는 인연을 찾는 것처럼 내 마음속에 들어오는 책을 찾는 것도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표지만 보고 재밌겠다 싶었던 책들은 내 취향을 빗나가기 다반사였고, 뭔가 내용이 마음에 안착되지 않고 그냥 튕겨나가는 느낌이었다. 이런저런 책들을 골라 읽었지만, 중도 포기하거나 다 읽었어도 크게 자극은 없었다. 그저 그런 독서생활이 몇 달간 지속되었다.
그 후 새 해가 밝고 2022년이 되었다. 새롭게 충전된 마음으로 군대에서 지원해주는 자기계발비용을 털어 책 몇 권을 샀다. 임인년을 맞은 우리나라가 손 뻗는 트렌드가 궁금해져 <트렌드코리아 2022>를 같이 샀다(사실 궁금했다기보다는 상징적인 것이었다). 누가 알았을까, 이 책을 또 그렇게 재미있게 읽었을 줄은. 내가 트렌드에 이렇게 민감하고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때 처음 알게 되었다. 노르웨이의 숲과는 전혀 다른 결의 책이었지만, 무척이나 내 마음을 자극했고 책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야 하겠다는 알 수 없는 강박 내지는 조바심에 사로잡힌 것 같다. 물론 긍정적인 쪽으로 말이다.
이를 기점으로 책을 단순히 읽는 행위뿐만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책을 고르는 과정부터 읽고 그 내용을 기록하는 과정까지의, 이러한 일련의 연속적인 루틴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책에 흥미를 느끼게 해 준 고마운 문학이라면, '트렌트 코리아'는 내가 무슨 책에 자극을 느끼고 무엇을 흡수하는지 깨닫게 해 준 책이 되었다. 그 후로는 죽 자기계발서를 찾아 읽었던 것 같다. 책이 제안해주는 루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문장 등을 실제의 삶에 적용해보면서 일상의 권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저 무던~하기만 했던 군생활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속 깊은 파장이 만들어져 꽤나 많은 생각들에 잠기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이제는 전역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다. 군생활에서 세워놨던 목표들을 하나둘씩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그중에는 내가 읽은 책을 기록하는 것도 있었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로망도 있었기 때문에 브런치는 글과 독서를 접목시키기에 최적의 플랫폼이 아닐 수 없었다. 여러 고민 끝에 제출한 글들과 자기소개서가 '브런치 작가'라는 수식어로 돌아왔을 때의 기분은 정말이지 최고였다. 남들에게는 소소하게 보일 수 있지만, 군대에서 사회로 회귀한 나에게 있어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속에 이뤄낸 첫 번째 쾌거였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는 책을 기록하고자 한다. 책을 읽고 문장들을 추리고 나의 감상을 덧붙여 하나의 글로 만들고자 한다. 어쩌면 새로운 취미고 차분한 호흡으로 일궈갈 수 있는 루틴이 될 것 같다.
매거진의 이름은 사실 엄청난 고민 끝에 지었다. 리스트업 된 제목들 중에는 '일상에 가치를 불어넣어 주는' 혹은 '차분한 호흡으로' 등의 다소 진지하고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 것 같은 것들도 있었지만, 그렇게 진중한 사람은 아닌지라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멋들어진 제목에 가벼운 내용이면 그것 또한 웃기지 않겠는가. 그저 내가 요즘 읽는 책들을 내 마음속에 소장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다. 매거진의 제목처럼 다소 어처구니없는 글들이 올라갈 수 도 있다. 책이 방귀를 뀌면 북이라니..(바꿨다) 그러나 나라는 사람을 책을 매게로 풀어내는 공간이니 만큼 이런 실없는 소리도 결국엔 나를 대변하는 것이라는 마음에 제목을 <책이 방귀를 뀌면 북>(바꿨다)으로 정했다. 어쩌면 이 공간은 나만의 디지털화된 책장을 꾸미는 것일 수도 있겠다. 진정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다. 아님 말고.
사실 프롤로그를 만들고자 하는 생각은 없었는데 그래도 매거진인 만큼 시작과 끝을 확실하게 해야겠다는 마음에 만들게 되었다. 그 과정 중 이미 발행한 글을 삭제해버리는 불상사도 있었지만, 마음을 다잡고 글쓰기에 전념하였다. 진짜 멋들어지게 쓴 글이었는데 지금의 글이 삭제된 소중한 글 보다 더 한 가치를 지닐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후...
어쨌든 간에! 시작해보려고 한다. 박시현이라는 사람이 무슨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하며 무엇을 글로 옮기는지 궁금하다면 편하게 와서 즐겨줬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