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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 SI SOO Aug 28. 2020

[방송 출연 후기] 작가로 초대받은 첫 라디오 생방송

영어 라디오 tbs efm 'Life Abroad'에  출연했습니다

보이는 라디오 캡쳐

이달 중순경 페이스북으로 쪽지 하나를 받았다. 영어 라디오 채널인 tbs efm (101.3Mhz)의 작가분이었다. 내 책 "인공지능을 이기는 영어"와 관련된 기사를 재미있게 봤다면서 저자 인터뷰로 출연해달라는 것이었다. 영어 방송인이자 '더반의 여신'으로 알려져 있는 나승연 씨가 DJ를 보고 있는 Life Abroad라는 프로라고 했다.


나는 당연히 "콜!!!" ㅋㅋㅋ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Br67-lzonME&feature=youtu.be


사실 영어방송 출연은 이전에도 많이 했다. 영어신문 기자로서 Arirang Radio에서도 아침에 뉴스 브리핑을 거의 1년 이상 한 적이 있었고, tbs efm이 생긴 지 얼마 안 됐을 때도 아침 7시에 뉴스브리핑을 전화로 한동안 했었다. 새벽부터 영어로 입을 털어야 한다는 부담은 있었지만, 출연료는 짭짤했다. 아리랑 라디오에 출연할 당시 "election"을 "erection"으로 잘못 발음해서 창피했던 일화는 책에도 실려 있다.


하지만 한 책의 저자로서 3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인터뷰를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통상 사전에 준비된 대본을 읽는 뉴스 브리핑이 아닌 1:1 인터뷰였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말을 조리 있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 귀한 기회인데 잘 살리고 싶었다.

방송 시작은 오전 9시. 내 인터뷰는 9시 30분에서 10시까지. 방송국은 상암 DMC. 내 집은 잠실;;;; (가는데만 1시간 20-30분) 늦지 않기 위해서 6시에 일어나서, 세수도 하고, 머리도 감고, 나름 옷도 평소보다 좀 더 잘 차려입고... 지하철에 탔는데 왜 이리 졸린지. 미리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의자에 나자빠져 졸다가 도착한 상암 DMC.


원래 내 유튜브 채널 '온갖영어문제연구소' 에 올릴 영상을 촬영할 생각으로 삼각대랑 셀카봉도 가져갔는데 막상 도착하니 시간이 빠듯하여 스튜디오로 바로 돌격했다.


14층 스튜디오에 도착해서 작가와 인사를 하고, 담당 PD와 인사를 하는데


PD: "기자님 저 기억 안 나세요??"

나: "누구...."

PD: "예전에 efm 아침 뉴스브리핑 하셨었잖아요"


알고 보니 예전 efm 뉴스브리핑했던 프로그램의 PD였다. What a small world! 여기서 또 만났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영어 미디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는 너무 적어서 웬만하면 이름 한 번쯤은 다 들어볼 수 있다. 영어신문사 기자의 수도 다 합쳐봐야 200명 될까 말까. 영어 방송국 직원의 수는 이것보다 더 적다. 외신기자까지 다 합쳐도 5-600명 안될 거다. 아무튼 오랜만에 만난 PD와 인사를 나누고 스튜디오로 입장!

DJ가 환한 미소로 반겨줬다. 73년생 치고 엄청나게 관리가 잘된 그녀의 모습에 한 번 놀랐고, 나긋나긋하면서도 또렷또렷한 목소리에 또 한번 놀랐다. 그리고 30분간의 인터뷰 동안 정말 1초도 쉬지 않고 따발총처럼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가는 그녀의 말솜씨에 정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라디오는 매체의 특성상 진행자가 말을 많이 그리고 잘해야 한다. 청취자와 소리만으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크건 작건 마이크에 잡히는 모든 소리가 이어폰을 통해 청취자에게 전달된다. 보는 화면이 없기 때문에 청취자의 모든 신경은 그 소리에 집중된다. 때문에 라디오에서는 소리가 잠시라도 비게 되면 실제로는 그 시간이 매우 짧더라도 청취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길게 느껴진다. 3초 정도 소리가 비면 방송사고라고 간주할 정도니...


옆에서 본 나승연 씨는 정말 쉬지 않고 말을 했다. 나야 좀 천천히 말하기도 하고, 중간에 더듬거리기도 했지만, 그녀는 정말 인중에 땀일 고일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말을 뿜어냈다. ("뿜어냈다"라는 표현이 딱인 것 같다)

어떻게 30분이 지난지도 모르게 끝난 인터뷰. 진행자와 기념사진을 찍고 마무리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떠나려는데 작가가 다급히 날 부르더니


작가: "출연료 입금할 계좌번호 좀..."


(울랄라!!!) 인터뷰 내내 2단 기어 들어간 자동차 마냥 느릿느릿 기어가던 내 입술이 갑자기 가락시장 횟집 수족관에 있는 광어처럼 펄떡이기 시작했다.


나: "신한은행 1224-XXXX-XXXX-XXX으로 보내주세요"


아... 결국 입금이 문제였던 건가. 왠지 선입금이 됐다면 더 잘했을 것 같다.


아무튼 오래간만에 방송국 나들이, 특히 작가로서 초대받아서 영광이었고 즐거웠다.


이 글을 보시는 방송국 관계자들 계시면 연락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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