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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 SI SOO Sep 06. 2020

영어로 먹고살기 참 어렵다(토익340점 출신 영문기자)

영어로 14년째 밥 먹고 살고 있는 지식 노동자의 '맨 정신' 넋두리 

각종 행사에 취재를 다니며 받은 비표들

브런치에 올리는 두 번째 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글로 저의 라디오 출연 후기를 올렸는데, 자기소개도 없이 그런 글을 올려서 읽는 분의 입장에서는 좀 뜬금없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불어 제가 관심 있고, 추구하는 콘텐츠에 관한 설명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겠다 생각되시는 분들은 살포시 ‘구독’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영문 기자 (since 2006)


저는 현직 영어신문 기자입니다. 2006년 영어신문사 The Korea Herald에서 인턴기자로 영어 미디어 업계에 입문했습니다. 그 후 2007년 8월 경쟁사인 The Korea Times에 입사하여 현재(2020년 9월 기준)까지 영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햇수로 14년이 지났으니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통상 영문 기자라고 하면 (1) 영미권 국가 출신의 교포 (2) 해외에서 오랫동안 교육을 받았거나 (3) 적어도 영문과 출신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하지만 저는 순수 국내파로 해외여행은 가봤지만 교육은 받아본 적은 없고, 대학에서도 영어와는 전혀 상관없는 학문(경영학)을 공부했습니다. 본격적인 영어공부는 군대를 제대한 후 시작했습니다. 무식하게 읽고, 쓰고, 외우는 방법으로 영어를 익혔습니다.


저의 ‘악전고투 영어공부 이야기’는 아래 유튜브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Xo5heQuc5Y&t=126s


저는 기자임과 동시에 출간 작가입니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을 이기는 영어’(2020)와 ‘영문 기자의 영어 공부’(2017)라는 자기 개발서 두 권을 썼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뻔하지 않은’ 내용과 메시지를 담은 영어 관련 책을 쓰려고 합니다.


틈틈이 강의도 합니다. 2011년부터 중/고등, 대학생, 성인을 대상으로 100회 이상(주제: 영어공부, 영어 글쓰기, 미디어 등)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온갖영어문제연구소’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영어 유튜버 이기도 합니다. 또한 BBC, Arab News, Arirang Radio, TBS eFM 등 국내외 영어방송에 다수 출연한 영어 방송인이기도 합니다. 이 밖에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통역과 번역(한=>영, 영=>한)도 하고 있습니다.


제가 2006년 처음으로 쓴 영문기사. 스크랩해서 집에 보관하고 있답니다.


토익 340점 X 2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서울에서 살았습니다. 재수를 하고 대학에 갔고 군대에 가야 했습니다. 지금이나 그 때나 카투사(Korean Augmentation To the US Army)에 가는 게 인기인가 봅니다. 저도 카투사가 가고 싶었습니다. 다른 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롭고, 무엇보다 미군들과 어울리며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그래서 2001년 생애 첫 TOEIC 시험을 봤습니다. 그렇게 본시험의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무려 340점!!! 990점 만점에 340점!!! 카투사에 지원을 하려면 최소 700점을 받아야 했습니다.


심기일전하여 바로 다음 달 두 번째 토익을 봤습니다. 점수는 또다시 340점!!! 기가 막히게 동점이었습니다. 학원을 다녀서 점수를 올릴 수는 있었지만 700점이 넘는다고 해서 100% 선발되는 것이 아니고 랜덤으로 뽑는 거였기 때문에 그냥 포기하고 놀다가 2002년 4월 육군에 입대했습니다.


‘돌’이 되어버린 내 머리


내무반 구석에 망부석 마냥 나자빠져 있던 병장 시절 영어책을 다시 펴 들었습니다. 전역하기 전에 뭘 공부해두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영어나 공부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전을 통째로 외워버리겠다"는 과대망상에 빠진 채로 950페이지의 ‘Longman 최신 영어 활용 사전 Essential Activator’를 펼쳤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영어와의 무모한 전투. 얼마 후 저는 백기투항을 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Experience’라는 단어 때문이었습니다. 유치원생도 알만한 아주 기초에 기초인 단어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것이, 당시 저 단어를 봤을 때 든 생각은 “뭐였지... 분명히 굉장히 쉬운 단어인데” 그렇게 제 머리는 돌이 되어 있었습니다.


영문 기자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려준 책


'영어로 밥 먹고 사는 사람들'


자잘한 내용들은 넘기고 제가 영문 기자가 된 연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저는 제가 힘들게 성취한 것을 있으면 그것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서 저만의 경쟁력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가요?^^) 그래서 학교에 복학한 후 힘겹게 익힌 영어실력이 쇠퇴하는걸 원치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한 권의 책을 우연히 보게 됩니다. 이진원 씨가 쓴 ‘영어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책이었습니다. 동시통역사, 번역사, 학원 강사 등이 영어로 밥 먹고 사는 직업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그리고 당시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직업이 있었으니 바로 ‘외신기자와 영자신문 기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전공도 언론과 상관이 없었고, 가족 중에도 언론이나 미디어 분야에 종사하는 분이 없었기 때문에 ‘기자’라는 직업은 당시 매우 생소했었습니다. 그 책에서는 외신기자와 영자신문 기자를 “영어로 한국을 세계에 보도하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왠지 간지 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고 기자들이 ‘기레기’ 취급받던 시절은 아니었기 때문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네요. 운명인지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이런 과정들을 거쳐서 지금의 모습으로 살고 있습니다.


'영어가 웃고, 즐기는 대상이 될 수는 없을까?'


제가 추구하는 콘텐츠의 방향성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바로 위 문장입니다. 기자의 시선으로서 본 우리나라에서 영어의 대체적인 위상은 (1) 영어=싫지만 해야 하는 것 (2) 영어=시험과목, (3) 영어=재미없고 지루한 학문입니다. 영어로 먹고살고 있고, 영어공부가 즐겁고 재미있으며, 영어를 안다는 것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윤택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지를 아는 제 입장에서는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인터넷에 있는 정보의 70%는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네이버에 있는 정보는 정말… 발톱에 때만큼도 안됩니다. 이처럼 엄청난 정보의 바다에서 내 힘으로 원하는 정보를 자유자재로 찾을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다면 그러한 삶은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저는 우선 ‘영어=노잼’이라는 대중들의 관념을 깨야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습니다. 유튜브 ‘온갖영어문제연구소’를 시작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영어와 예능이 결합하는 콘텐츠를 추구합니다. 영어 콘텐츠이긴 한데 그것을 보거나 읽으면서 한바탕 웃을 수 있는 그런 콘텐츠 말이죠. 그러면서 ‘오호라 영어… 이거 재미있는데?’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런 콘텐츠. 쉽지 않지만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응원 부탁드립니다. 


글이 길었습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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