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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 SI SOO Oct 15. 2020

제1회 문화콘텐츠 번역(영화부문) 심포지엄 내용 정리

'영화 번역'이라는 미지의 세계로의 탐험


영화 번역(한글자막을 영어 및 기타 외국어로 번역). 문학작품 번역과 함께 평소에 관심이 있었는데  분야인데 마침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관련된 온라인 포럼을 개최해서 3시간 동안 시청을 했습니다.


포럼의 주요 내용과 제 생각을 공유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생방 영상은 편집 후 한국문학번역원 유튜브 채널에 곧 올라온다고 하네요)


원래 이 행사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사이드 행사로(on the sidelines of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개최될 예정이었답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영화제가 취소되자 단독행사로 열린 거죠.


문학번역원이 영화 자막과 관련된 행사를 개최한 것은 처음입니다. 그만큼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이 우리나라 번역업계에도 큰 반향을 미친 거죠. 


아래는 포럼을 보면서 받아친 내용입니다.



1. 한국영화 외국어 번역의 현황과 제언 (발표: 이주익 보람엔터테인먼트 대표)


그동안 아웃바운드 번역(한국 자막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것)에는 큰 관심 없었음. 외국 꺼 들어오는 인바운드 콘텐츠(외국어 자막을 한국어로 번역)에 집중해왔음. 


지금은 자막에만 관심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해외의 경우 외국의 영화를 볼 때 자막보다 현지어로 더빙해서 상영을 한다고 하네요)


제작 전 대본이 제대로 번역이 안되면 국제 프로젝트를 할 때 투자유치, 국제 캐스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배우 한 명을 캐스팅 하기 위해 대본 전체를 번역해야 한 경험도 있다. 대본 번역도 무시하면 안 된다)


자막 번역의 경우는 짧은 글자 수가 중요하다 (관객이 짧은 시간에 영상과 같이 봐야 하기 때문)


그리고 우리 문화만의 독특한 표현을 얼마나 잘 번역하는가도 중요(eg: "대만 카스텔라", "반지하" 등 번역해야 그 정서와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될지) 


<제언>


영화 '기생충'이 지금 수준의 자막 번역이 아니었다면 과연 아카데미를 딸 수 있었을까?


자막 번역, 시장을 키우고 번역가를 많이 양성하기 위해서는 내수시장을 개발해야 한다. 수출만을 위해서 한다고 하면 시장이 클 수가 없다. 국내에서 보는 외국인 관객을 위한 것도 번역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일종의 '역내 수출')


국내 특정 영화관에서 상영할 때 외국어 자막을 넣어서 하는 필름을 만들어서 상영하는 걸로 하면 영화 번역 산업 살리고, 나중에 수출할 때도 편리하고, 국내 외국인이나 관광객들도 영화관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한류스타 보러 오는 관광객이 있을 텐데, 그들의 일정에 영화관을 넣을 수도 있다. (CGV나 메가박스에서 하나 영화에 10 개관할 때, 1-2관에는 번역 자막 있는 걸 틀어주는 방식) 



2. 번역, 우리 영화가 세계와 만나는 첫걸음 (발표: 김경만, 영화진흥위원회 국제교류 팀장)


문학 번역과 영화 번역은 아주 다르다. 특히 "제조"과정에서 다르다


한국영화가 해외에 선보이는 장: (1) 영화제 (2) 필름마켓 

영화제: 프랑스 칸 영화제, 독일 베를린 영화제, 캐나다 토론토 국제 영화제 등

필름마켓: 칸, 베를린, 토론토, 홍콩, 도쿄, 부산 등

여기 나갈 때 번역이 붙게 된다. 


영화는 "제조"와 동일하다. 왜냐면 영화는 최종 출품 전까지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막판에 편집을 하고, 장면에 순서가 바뀌고, 대사가 편집되고, 영화는 편집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그게 끝나면 번역은 신속하게 그걸 맞춰줘야 한다. 때문에 이런 과정이 마치 "제조"과정과 같은 것이다. 보통 3-4차례 번역이 바뀌게 되고, 번역가는 이런 빠른 업무 프로세스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자막 번역의 경우 95%가 한-영 번역이다. 나머지 언어의 경우는 영화제 등에서 요청을 할 때 작업을 한다. 아주 제한적이고 소소의 작품에 있어서 영어 이외의 언어로 번역이 된다. 


번역가 양성과 번역 관리의 중요성 

- 번역가 양성 인력풀 구축: 현재 아주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가 한다. 독립영화나 저예산 경우는 거의 아는 사람 통해 하는 수준. 그룹을 만들어서 풀을 만들어서 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 한국영화 번역 관리: 

- 불법 복제 컨트롤: 


중간에 전화도 오고, 볼일이 있어서 다 받아치지 못했습니다ㅜㅜ

대신 필요한 내용은 화면 캡처를 했으니 참고해 주세요



<Q&A>


Q. 영화번역가는 어떻게 될 수 있는지? (자막 번역가)

A. 영어-한국어 번역가는 많다. 스페인어-한국어도 좀 있다. 지금 우리가 필요한 인력은 한국어-영어... 이건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자막에는 방송 규칙이 있다. 오랫동안 시간이 지나면서 만들어진 것인데, 영상번역가들은 그 규칙을 잘 알고 있다.


다른 나라에도 이런 방송 규칙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해외에 수출을 할 거면 우리가 번역을 할 때도 그 나라의 방송 규칙도 알고 해야 할 것이다. 잠재적 인적자원은... 언어(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해당 국가의 방송 규칙을 잘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유럽의 경우는 자막을 보기보다, 더빙된 영화를 본다. 예전에는 해외 관객들의 경우 자막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 통해 영화를 많이 보면서 자막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줄어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아웃풋 언어가 네이티브여야 한다. 하지만 숨은 고수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들도 많아지고 있다. 



<내 생각>


번역. 쉽게 생각하면 외국어 잘하면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14년간 영어신문에서 수많은 글을 영어로 쓴 경험에서 단언할 수 있다. 팩트를 전달하는 뉴스를 쓰는데도 언어와 문화의 차이 때문에 겪게 되는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런데 감정과 정서를 전달하는 영화 자막 번역이 얼마나 어려울지는 내가 아직 해보지는 않았지만 알 수 있다.


어려움은 특히 세 가지 포인트에서 있을 것으로 보인다.


(1) 짧지만 임팩트 있는 번역


대사는 화면과 함께 아주 짧은 시간 화면에 나타난다. 대사는 그 짧은 시간에 노출된 대사가 관객의 눈에 즉각적으로 노출되고, 즉각적으로 해석이 되어야 한다. 즉 문장이 짧고, 이해하기 쉬운 단어/표현을 써서 번역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의 내용이 철학적이고, 뭔가 고상한 경우에는 그것에 맞는 고상한 용어를 써야겠다. 그렇다 해도, 문장이 소설처럼 늘어지면 안 되는 것은 동일할 것 같다. 


더 중요한 것은 번역된 대사가 단순히 메시지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장면의 분위기와 배우의 연기 톤에도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톤'을 맞춘다는 게 정말 쉽지 않다.


과거 이런 경험이 있다.


내가 쓴 기사와 관련해 영국인 카피에디터와 대화를 나눴다. 기사는 노숙자와 관련된 내용이었고, 내가 인터뷰 한 노숙자의 코멘트가 대화의 주제였다.


그 카피에디터 왈, "노숙자가 무슨 대학 교수처럼 말을 한다"라고 말했다. 무슨 소리냐 물었더니 노숙자가 한 말을 번역하는 데 사용된 어휘가 노숙자들이 쓰는 평이한 용어라기보다는 교수들이 쓰는 그런 난이도가 조금 있는 그런 표현과 단어를 썼다는 말이었다.


물론 내 영어실력이 달려서 그 느낌을 잘 살리지 못한 것 일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는 게 내가 주로 보는 영어 글은 뉴스나 논문, 연설문 이런 것 들이고, 이런데 사용되는 용어들은 대부분 식자층이 쓰는 고급 영어인 경우가 많다. 그 후 내가 기사를 쓸 때, 특히 평범한 내용의 맨트를 써야 할 경우에는 의식적으로 그 상황을 상상하며 조금 더 덜 formal 하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느낌으로 맨트를 번역했다.


영화 하나에도 다양한 언어의 톤이 존재한다. 액션 영화에도 날강도, 재벌, 경찰, 검사, 매력적 여인, 언론인 등 다양한 직종, 같은 상황에 사도 다른 단어와 표현으로 소통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식당에 가서도 "(고상하게) 아주머니 여기 이것 이것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이 아주 메! 이거 주소!"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 두 문장을 동일하게 번역하면 될까? 


그러고 보면 영화 번역가는 연기자의 마음으로 문장 문장마다 그 배역의 자세와 마음으로 번역을 해야 할 것 같다. 10명의 배우면 10명의 마음으로, 그것도 상황과 장소에 따라 또 변하는... 10인 10색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극한작업이 영화 번역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2) 우리만 알고 있는 표현에 대한 번역


기생충이 세계적 호평을 받은 데는 반지하, 짜빠구리 같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표현들을 잘 번역한 것도 한몫했다고 알려져 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가 말하지 않았던가. 언어는 특정 문화권의 생활 및 언어습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이를 타 문화권에서 완전히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걸 간결하면서도 느낌은 살려서 번역을 해야 하는데...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의미는 분명 있고 보람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든다.

(3) 제목은 어쩔???


영화 번역에서 번역가의 작업의 대상이 어디까진지는 모르겠다만, 작업의 최고난도는 바로 제목 짓기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는 해외 영화의 제목을 우리말로 그럴싸하게 바꿔왔다면, 이제는 우리말 제목을 상대국 언어로 그럴싸하게 바꿔야 한다는 것인데...


제시된 포스터들을 비교만 해봐도 이건 단순한 번역이 아닌 새로운 창작의 영역이다. 원제에는 없는 단어가 들어가고, 아예 완전히 다르게 만들기도 해야 할 듯하다. 그 과정에서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번역가와의 의사소통과 합의, 그리고 현지 시장에 대한 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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