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고이 접어 한쪽 주머니에 늘 넣어뒀다가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쯤 꺼내보던 말이 있다.
Freedom often means you are not needed anywhere.
더 자유롭고 싶다는 나의 생각은 곧 더 적은 역할을 맡고, 더 적은 책임을 지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나는 자유를 트위스터 게임쯤으로 생각했다. 가장 작은 점에 서있어야 나머지 몸이 자유로운 원리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른이 되기 싫다고 떼를 쓰거나, 더 무능력해지고 싶다는 어리석은 말처럼 들려서 입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나의 쓸모를 강력히 어필해도 모자란 시대에 점점 더 나의 쓸모를 줄여야겠다는 말 같으니까.
친구의 말에 의하면 자유에 대한 내 친구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친구는 여지껏 하고싶은 걸 모두 할 수 있는 상태가 자유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엔 어떤 것에 몰두해있는 상태를 자유에 가장 가깝다고 느낀다고 했다. 무언가에 몰입하는 기분이 무엇인지 까먹은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됐지만, 왠지 춤추는 사람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니 알 것도 같았다.
안타깝게도 아직 나에게 자유는 하고 싶은 일에 모든 몸을 내어주는 것보단, 하고 싶지 않은 일에 가장 작은 부분이 구속되어있는 모습에 가깝다. 가장 작은 점에 손바닥 하나를 올려놓고, 나머지 사지를 지켜내고자하는 꼴이 즐긴다기보단 필사적인 모습에 가깝다. 언젠가 친구의 말을 이해, 아니 체험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