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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노의질주 Dec 06. 2020

타고난 것에 대한 작은 생각


작은 생각 1.


  나의 게으름은 억울하다. 이 땅의 야행성 종족들이 억울하듯 억울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어느 책에서 읽기를 어떤 사람이 아침형 인간인지 야행성인지는 부모의 유전자로 결정된다고 한다. 야행성 부모의 자식은 거의 확실히 야행성이라고 하더라. 따라서 아침형 인간을 기준으로 짜여진 현대사회의 하루는 야행성에게 더 혹독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몸이, 머리가  깨어나기 전에 업무를 시작하고 시험을 봐야한다. 몇십년을 똑같이 살아도 항상 더 힘들 것이다. 태초에 아침 여덟시가 학교를 가고 출근을 하기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아침형 인간의 부모를 가진 사람이었을 것이다.

 

  나는 태생적으로 게으른 사람이다. 부모님을 탓하고 싶진 않지만, 아무리 열심히 '오늘 할 일'리스트를 만들고 '미루지않고 일을 헤치우는 팁'같은 것을 본다한들 타고난  게으름을 길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은 "너가 망한다면 그것은 게으름 때문일 것"이라는 무서운 경고 아닌 경고를 남겼고, 믿거나 말거나 게으른 사자자리의 별 아래 태어났다. 동물의 왕국의 왕이라 게으르다나 뭐라나.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내가 게으른 사람 이라기보다 부모에게든 별에게든 게으름'물려받은' 사람이라고 믿는 편이다.

 

  나의 모든 실행에는 게으르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감정이 소요되는데, 요즘같은 시대엔 특히 억울할 일이 더욱 많다. 기술은 빠른 요청에 빠른 답장을 당연하게 만들었고 모바일로 대부분의 일처리가 가능해졌다. '미루고싶은 마음' 외에 메일 답장을 미루거나 공과금 결제를 미룰 만한 그럴싸한 이유는 없다. 


  감정적 주저없이 할일 리스트를 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오늘도 조금 부럽고 억울하다.



작은 생각 2.


  최근에 건너건너 들은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사람이 있다. 인간이라면 본질적으로 닭다리살보다 닭가슴살을 더 좋아할 수 없고, 세상에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에 "전 닭가슴살을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저 '닭가슴살을 좋아하는 희한한 사람'으로서 다른 이들의 주목받고 싶어하는, 소위 '관종'이라는 것이다.

 

  다소 극단적이고 이해가능한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워커홀릭도 그런 것이 아닌지 생각했다. 인간이라면 일하는 것을 노는 것보다 좋아할 수 없는데, 일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 나라면 길가에 떨어진 돈을 줍는 게 나의 직업이라고 해도 돈 줍는 일이 '일'이되면 하루쯤은 돈 줍는 일을 멈추고 싶을 것 같다.


  닭가슴살이든 돈 줍는 일이든 간에 애써 본성을 거르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거진 42 vol.1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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