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내 동생이었으면 정신 차리라고 한대 때렸을끼다."
내 20년지기 대학 동창 언니의 말이었다.
그때의 나는 힘겹고 버거운 선택을 하고
겨우 살아남았고 또 살아남기 위해 방황하고 있었다.
차가운 눈으로 그 방황을 바라봤던 동창 언니는 생각 자체가 나와 다른 사람이란 걸 알게 한 사건이기도 했다.
대학시절..
나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고
언니는 독실한 불교도였다.
나도 강했고, 언니도 강했다.
우리는 둘 다 중간이 없고 똑부러지는 성격이었고 각자의 색깔이 너무도 분명하여 자주 불꽃이 튀었다.
그래서 네 명이서 늘 붙어 다녔던 우리는
언니와 나 외의 두 사람은 우리 둘 때문에
불편한 상황에 놓이기를 여러번이었으나
우리 둘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두 번의 긴 방학을 보냈고
그 공백기간동안 왠지 모르게 서로를 보고 싶어했다.
이후로 우리는 서로에게 나긋해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우리는 그랬었다.
그렇게 친해진 상태에서 우리는 졸업을 했고
졸업후 20년을 지내오면서도 우리 동창 넷은 꾸준한 만남과 교류를 할만큼 정이 깊었었다.
하지만 그 일로 나는 언니와 절교를 선언하였고
3년여를 그 어떤 연락도 하지도 않았고
받지도 않았다.
마지막으로 부산역에서 내게 뱉은 그 한마디는
우리의 20년의 깊은 믿음을 한번에 박살낼 만큼 내게는 큰 상처가 되었고 더 이상 그 믿음이란 것은 회복될 희망조차 없어보였다.
낭떠러지에 서 있는 내 등을 밀어내는 듯한 심한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언니는 이후로 매우 나를 어려워하며
계속 연락을 취했으나 나는 냉담했다.
시간이란 것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렇지 못한 일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우리가 30대의 철부지 새댁도 아니었고
각자의 인생에서 나름의 어려움을 겪으며
타인의 인생 또한 깊이 공감할 수 있을, 40대의 시간에 상처 투성이인 내 인생에 난도질을 가하던 그 동창 언니의 냉정함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일은 오랜시간 나를 아프게 했고 슬프게도 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그 선택과 행동을 부끄럽지도, 후회하지도 않는다.
단지 아쉬운 것은 내 인생을 언니가 이해할 수 없어도 조금의 시간은 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다.
그냥 그때는 그 어떤 말보다 함께 술 한잔 기울여주며 내 얘기를 들어주고 나를 안아주었어도 되었을텐데 라는 아쉬움도...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인연을 소중히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익숙함과 편함이란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실수를 견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