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하지 말자.' 를 주문처럼 외운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향수를 뿌리려다가 멈추고 바디로션에 두번 향수를 섞어 바른다.
그리고 밝은 민트색의 원피스를 고르려다 은은한 자주색 블라우스와 검은색 바지를 걸쳐입는다.
현영은 이렇듯 솔직하고 직선적인 자신의 이면에 상대방의 감정에 확신이 없을 때는 지독히도 감정표현을 아꼈다.
상처받기 싫은 맘이 항상 그녀 가슴 깊은 곳에 숨겨져 있다.
밝고 활력넘치는 그녀었으나 그 속은 무척이나 여리고 어린 아이가 살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이기적이고 차가워 보일 때도 있었다.
어느새 현영은 서울역을 거슬러 숙대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사정없이 그녀의 정수리로 내리 꽂히는 오후의 햇살은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결코 멋스러움을 위함이 아닌 썬글라스가 그녀의 콧등에 걸려 있었지만 열기로 인해 코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흘러내리는 썬글라스를 끌어올리기를 수차례.
인내심의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현영은 200m앞에 보이는 푸르스름한 간판이 보이는 카페를 발견한다.
일단 자리를 잡고 앤디님에게 주소를 남겨주기로 했기에 그녀는 한치의 망설임과 기대감 없이 그곳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수많은 쿠폰들이 계산대 벽을 장식하고 있었고
한 쪽 벽면에는 다양한 색색깔의 예쁜 귀걸이들이 걸려 있었다.
일단 현영은 시원한 바람 한 줌과 시원한 커피 한잔이 절실했기에 바로 카운터로 가 계산을 끝낸 뒤 다시 자리로 돌아와 계산하면서 받은 명함 뒤에 있는 주소를 그에게 보냈다.
그도 공항에서 나와서 서울역을 향해 오는 중이라는 답이 바로 왔다.
학교가 방학인지 한산한 카페 안은 현영 밖에 없었고 주문한 커피를 가져와 카페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앙증맞은 개구리 인형 한쌍과 눈이 마주쳐 살짝 눈웃음을 짓는다.
그러고보니 여기 간판이름이 개구리 비슷한 이름이었던 같다.
커피를 길게 한 모금 마시고 난 현영은 한결 기분이 나아져 가방을 열어 파우치를 열어 화장을 고치려 거울을 봤다.
썬글라스가 무거웠는지 자연스런 노화의 법칙에 순응해서 그런지 콧등은 움푹 들어가 있었고 화장마저 벗겨져 흉했다.
얼른 수정을 했어도 역시 썬글라스 자국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챙겨 온 컨실러로 최대한 수정을 해봐도 그닥 달라지지 않자 파우치를 정리해 가방에 쑤셔 넣었다.
"하아~~~~!!!"
한숨을 내쉬다 아까 한 쪽 벽면에 있던 귀걸이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음..터키석 귀걸이네? ㅎㅎ이쁘다.'
귀걸이들의 예쁜 모습에 그녀의 손으로 살짝살짝 건드려 그네를 태워준다.
"제가 하나 사 드릴까요?"
낮고 기름진 남자의 목소리에 그녀는 옆을 보았다.
그였다.
"ㅎㅎㅎ..아..안녕하세요. 지금 오셨어요?"
"ㅎㅎ아니요..온지 한 3분 넘었어요. ㅎㅎㅎ"
자리로 돌아와 앉으며 현영은 눈이 커지면서 물었다.
"예? 어디 다녀오셨어요?"
"ㅎㅎㅎ아니요..귀걸이들에게 말 걸고 있는 멜리사님 모습이 신기해서 구경하는 중이었습니다. ㅎㅎㅎㅎ"
무안해진 현영도 따라 웃었다.
둘 만의 자리가 어색해서 조금은 걱정도 되었던 현영은 그를 향해 환한 웃음으로 만나기 전의 모든 소소한 걱정과 부담을 털어내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