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도 많이 시끄럽더라고요.. 뭐가 됐든 누가 대통령이 되었든 그 나라의 지오자.. 아..ㅎㅎ지도자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슈가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첫 여자 대통령이니 더욱 불리한 점이 많을 거예요.. 그쵸?ㅎㅎ"
그가 요즘 한국의 돌아가는 정세에 대해서 뜬금없이 하는 얘기에 현영은 그저 같이 미소만 지으며 가늘게 떨리는 그의 손 끝을 본다.
그리고 180은 넘어 보이는 그의 큰 키처럼
긴 다리가 탁자 밑에서 사정없이 경망스럽게 흔들리는 모습에 왠지 웃음이 났다.
"네.. 그럴 것 같아요. 잘하든 못 하든 공주님처럼 컸던 사람이 갑자기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잇슈화 되니 그것도 어쩌면 같은 사람으로서는 참 불편하고 마음이 좋지는 않을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정세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뉴스를 잘 못 봐요. 자꾸 불안하고 슬퍼지는 일이 많아서요..ㅎㅎㅎ 근데... 앤디님!! 이름이 윤명진이시라고요?"
그가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현영의 입술에서 불려지자 조금 멍해진 그의 눈이 커지며 그가 당황한 듯 대답했다.
"아.. 네네네...ㅎㅎㅎㅎㅎ 윤명진 맞습니다. 어떻게 아셨어요?.. 아.. 아... 제 이름이 카카오톡에 뜨는군요?ㅎㅎㅎㅎㅎㅎㅎ"
그가 자꾸만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닦아내며 웃음이 나올 시점도 아닌 상황에 자꾸만 웃는다.
현영은 그가 긴장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갑자기 그가 자신을 곤란하게 했던 그 술집에서의 일이 생각나 장난기가 발동해 입고리에 한가득 장난기를 가득 담으며 현영은 말했다.
"그래서요... 나 많이 보고 싶었어요?"
명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입만 벙긋벙긋하며 현영을 멍하게 쳐다본다.
그런 그를 보며 재빨리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말했다.
"아... 그랬구나.. 나... 많이 보고 싶었구나?ㅎㅎㅎㅎㅎㅎㅎㅎ"
웃음을 터트린 현영.
"네.. 현영 씨가 정말 생각이 많이 났어요. "
그의 굵고 부드럽지만 웃음기 없는 표정과 함께 들려온 그의 목소리가 오히려 현영을 당황하게 했다.
현영도 웃음기를 거두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잠시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열었다.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지난번 메일에서 아이와의 일과 이혼하신 것에 대해서 듣고 사실 많이 놀랐어요.
갑자기 그러신 것이 아니라고는 했지만
그렇게 긴 시간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내는 척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도 같고..
따님과의 관계에서도 많이 괴로우셨을 거 생각하니 맘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저도 항상 아이들 생각하면 미안해요.
그게 최선이라고 확신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또 그게 안 통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명진 씨!!!..."
얘기하는 내내 그의 젖어가는 눈 가처럼 방울방울 땀을 흘리고 있는 컵에 시선이 꽂혀버린
그가 가여워 현영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다정하게 그의 손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그가 시선을 들고 현영을 바라본다.
그리고 현영은 다시 말했다.
"명진 씨가 힘든 만큼 딸도 힘들어할 거예요. 그건 분명한 사실이고... 아니라고 부정해 드릴 순 없어요.
하지만... 명진 씨 먼저 추스리세요. 설명할 만큼 설명했어도 분명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버겁고 힘든 일이라 시간이 필요한 거 알잖아요?...
너무 잘 지내는 척도, 안 힘든 척도 하지 말고 힘든 게 당연하다 생각하고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어른에게도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리고 따님은 명진 씨 닮아서 누군가의 아픔이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는 아이니까 분명 아빠의 마음도 만져줄 여유가 있는 아이로 반드시 돌아올 거예요.. 그쵸?"
이렇게 말하는 현영도 가슴이 촉촉이 젖어옴을 느꼈다. 명진은 갑작스러운 현영의 따뜻하지만 직선적인 그녀의 위로와 격려의 말에 자신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 너무 당황스러워 그 어떤 답도 하지 못했다.
현영은 그의 입술이 일자로 굳게 다물어져 있으나 가슴속의 출렁임을 느꼈다.
현영은 그의 슬픔과 그의 아픔이 출렁이고 수많은 언어들이 떠다닐 그의 가슴속을 잔잔히 만져주고 싶어졌다.
아직 명진의 손은 그 자리 그대로 놓여 있다.
현영은 명진의 손등을 아이의 얇고 보드라운 손등을 건드리 듯 짧고 가볍게 어루만져 주며 말했다.
"명진 씨!!.. 잘 챙겨 드세요..
그리고.. 행복이란 것에 대해서도 이제는 좀 더 생각해 보세요.
밝아지고 활기 넘치게 지내다 보면 좀 더 아이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명진은 잠시 자신에게 왔었던 현영의 짧고 부드러운 그녀의 세 개의 손가락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한 번의 글로 어떻게 그런 것들을 다 알아차리셨는지 너무 놀랐네요.
... 저한테 너무 좋은 얘기 해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맞아요. 딸은 저랑 많이 닮았거든요. 정말.. 그렇거든요...
잠시 잊고 있었어요. 우리 딸이 얼마나 씩씩하고 따뜻한 아이인지를... 맞아요.. 제가 그걸 잊고 있었네요..ㅎㅎㅎ"
그의 희미한 미소가 더 안쓰러워 현영은 자꾸만 마음이 따끔거렸다.
"명진 씨!!! 처음 만나서 이렇게 심각한 얘기하고 우리 좀 웃긴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그런데 이런 얘기 하나도 안 불편한 건 또 뭐죠? ㅎㅎㅎㅎㅎㅎㅎㅎ"
명진도 현영의 높은 톤의 웃음소리에 기분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촬영에 협조해 주신 윤군작가님,
Julia Kim작가님께 찐한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