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그가 다시 한국으로 온다.
지금...오고 있을테다...
공항에서 한참을 기다리면서 설레임은 없었다.
그저 평화스러운 마음에 곧 도착할 그를 기다리며 냉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카페에 앉은 현영은 명진에게 손편지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명진씨...
한 시간 후면 도착하겠죠?
그런데 왠 편지냐고요?ㅎㅎㅎ
그냥 작은 이벤트라고 해둬도 좋을 것같아요.
사실..저란 사람...참 쓸데없이 감성 넘치는 사람이라 작은 일로 감동 먹게 하는 재주가 있는 사람입니다..네..제 자랑 맞습니다..ㅎㅎㅎㅎ
일본에서의 생활은 어떠셨을까 궁금하네요.
https://brunch.co.kr/@ndrew/132
지난번 메일로 보내 준 어린 시절 친구와의 우정과 사랑 중간의 아리까리한 감정에서 쓴 시 잘 보았어요.
바로 답장을 하고 싶었지만 저는 이제 시작하는 친구로서 손편지로 살짝쿵 욕심을 내 봅니다. ㅎㅎ
세월이 흘러 우리는 누군가의 아내 , 남편, 엄마, 아빠로 살아가고 있었지요.
우리의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한 번의 격동의 순간을 겪으면서 품게 된 아픔을 바닥에 깔고서 이전과는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가 아닐런지요?
펵퍽한 삶 속에서 아픔의 시간을 건너 온 우리는 서로에게 작은 반짝거림이 되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 시간, 이 순간, 지금의 내 인생 한 대목에 명진씨가 있어줘서 고맙네요.
네..저 고백한 거예요.ㅎㅎㅎㅎ
부담스러운가요? 제 컨셉이 원래 이렇다는 거 알고 계셨으니 그냥 넣어두셔도 ...ㅎㅎㅎ
우리의 인생이 우리의 의도한 바대로 흘러가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겠지요?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 ...
좀더 야무지고 통통한 꿈을 꿔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사랑이든, 우정이든, 가족애든..ㅋㅋㅋㅋ 이름이 뭐가 중요한가요?
예전에도 얘기했지만 그런 감정의 구획으로 우리의 관계에, 우리의 만남에 자꾸 제한을 두고 한계를 두지 않기로 해요.
우리의 나이가 뜨겁지 않다고 누가 그러던가요?
우리의 나이가 개념없이 무모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저 내 스스로에게 정직하기로 해요.
그리고 후회하지 않도록 서로에게 성실하게 대하면 그 뿐이예요.
저는 명진씨 생각하면 그냥 기분 좋아요.
너무 설래서 심장이 튀어 나올 것 같은 격한 감정은 우리에게 너무 과한 것이 아닐까요?
저는 그런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기분좋고, 기다리는 것도 달콤한 명진씨인 거예요. 더 이상의 답이 필요하다면 좀 더 기다려 보세요.
생각날 때 말씀드릴께요. ㅎㅎㅎㅎ
어느덧 명진씨가 도착하기 10분전이네요.
오늘부터 우리 즐겁고 재미나게 지내봐요.
어서오세요. 명진씨...
그리고 현영은 편지를 접어 넣고 예쁜 스티커로 봉했다.
그리고 홍대에 연극을 보러 갔을 때 샀던 티셔츠가 들어있는 쇼핑백에 그 편지를 넣었다.
흰색 폴로 티셔츠에 베이지 면바지, 배낭하나를 메고 나오는 명진을 향해 손을 흔드는 현영.
현영을 발견한 명진의 얼굴에는 분홍 잇몸이 다 드러나도록 큰 미소가 번진다.
현영을 향해 손을 흔들며 현영에게 걸어가는 명진.
"아우...마중까지 나와주시고 이러시면 제가 ...너무 행복한데요? ㅎㅎㅎ"
"ㅎㅎㅎㅎ그러시라고 그런 거예요. 앞으로 제가 일본 갈지도 모르니까 미리 선수치는 거니까 공으로 서비스 받는다고 오해하심 안되죠? ㅎㅎㅎㅎ"
"ㅎㅎㅎ아..그래요? 아...공짠 줄 알고 ...알겠습니다. 잘 기억해 두겠습니다. ㅎㅎㅎ"
명진은 밝고 환한 웃음 때문이었는지 현영의 친근하고 넘치는 위트 때문이었는지, 한 달간의 그리움 때문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한 걸음 성큼 현영에게 마음이 가 있는 걸 느꼈다.
명진은 큰 웃음과 함께 장난스런 미소를 가득 담고 있는 현영의 얼굴을 보며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안았다.
현영도 그의 손이 싫지 않았기에 둘은 자연스럽게 공항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명진씨 !! 뭐 좀 먹었어요?"
"아..아니요..그런데 지금은 별로 먹고 싶지가 않네요. 그냥 커피한잔 먹고 싶은데요? "
"아...그럼...버스 타기 전에 커피 한잔 할까요?"
"네."
현영은 아까 편지를 썼던 그 카페로 향했고
현영은 아까 마셨다고 얘기해서 명진은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했다.
주문한 음료를 들고와서 앉는 명진에게 현영은 쇼핑백 하나를 내밀었다.
"ㅎㅎㅎ 또 뭐예요? 저 마중 나온 것만도 엄청 놀랬는데?..."
"별거 아니예요. 풀러 보세요. 공항이란 곳이 이런 기분 좋은 기억이 있어야 할 것도 같고 해서 준비해 봤어요. "
평범한 흰 바탕에 깔끔한 프린트 글씨가 있는 티셔츠와 편지를 받아 든 명진이 현영에게 말했다.
"이거..진짜...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ㅎㅎㅎㅎㅎ 나보고 어쩌라고...공짜 아니잖아요? ㅎㅎㅎ"
"아우...당연히 공짜아니라니깐..이분이...ㅋㅋㅋㅋ 농담이구요. 지난 번 홍대 갔을 때 제 꺼 사면서 싸서 하나 샀어요. 싼거니까 오늘 다니면서 더우면 갈아 입으셔도 좋을 것 같아서 준비해 봤어요.ㅎㅎㅎ 편지 한번 읽어 보세요. 좋아서 까무라치면 버리고 갈 수도 있어요...정신 챙기시고...ㅎㅎㅎㅎ전 잠시 메일 좀 확인 할께요. 독후감도 쓰셔야니까 꼼꼼히 보세요. "
명진은 한 줄 한 줄 꼼꼼히 현영의 편지를 읽어 내려갔고 쉽게 어떤 말부터 꺼내야할지 몰라 오랫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현영이 그런 명진에게 말했다.
"우시는 거예요? ㅎㅎㅎㅎ"
"ㅎㅎㅎ 아..아니요..그런데..이런 기분...정말 오랫만이네요. 이때까지 누군가의 챙김을 받고 헤아림 받은지가 너무 오래였다가 지금 이렇게 완벽히 내 존재감이 충만한 이 순간이 너무 낯설어서.....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
현영은 명진의 팔을 가만히 쓸어 주었다.
주석;복자란 복이 터진 사람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