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삐뚤어질테다.

그대 앞에만 서면 쓰러지는 나.

by 바다에 지는 별
자꾸 밀어내고 가시 세우지 마요..이미 다 들켰어요.


그와의 몇일의 여행은 생각보다 참 편하고 즐거웠다.

그렇게 수다스럽지도 억지스러운 배려도 없이 그저 담백한 적시, 적기의 현수의 배려에 혜진은 만족스러운 제주여행을 마무리 했다.


그리고 그와 공항에서 헤어져 각자의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왔다.


현수는 끝내 엄마와의 통화내용을 얘기해 주지 않았고 단순한 혜진은 해맑게 그와 다음주 수요일에 다시 혜진의 집 앞 술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혜진은 그녀의 엄마에게 놀라운 자신의 행적을 듣게 되었다.

지극히 단순한 혜진의 해맑음은 산산조각이 났고 자신도 알지 못했던 가학적이고 짐승의 감정을 닮아 있는 원초적인 자아를 알아 차리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한번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보지 않았던 혜진에게 자신의 주사가 가히 엽기적이었다는 사실이 자신에게 너무 큰 충격으로 다가와 현수와 약속한 오늘이 절대 맨 정신으로는 그를 대할 자신이 없었다.


현수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혜진이 들어서는 모습을 보며 현수는 반색을 한다.


"어서오세요..ㅎㅎㅎ 잘 지냈어요? 몇 일만에 보는데 엄청 보고 싶던데요? ㅎㅎㅎ"


혜진은 현수의 눈을 맞추지도 못하고 냉수부터 시원하게 한잔 들이켰다.


그리고 바로 혜진은 술을 시켰다.

도저히 자신의 만행을 알고 있는 이상 현수에게 맨정신으로는 편하게 대화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였다.


현수는 참 말이 많았다.

제주 여행지에서 더 좋은 곳이 많았는데 다 가보지 못한 일, 다녀와서 오늘의 수요일이 너무 기다려졌다느니, 엄마가 참 성격도 좋으시고 미인이다라는 등등....


혜진이 한 병 반을 비우고 난 뒤에서야 현수가 하는 얘기가 조금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 혜진이었다.


"혜진씨!! 원래 이렇게 말이 없는 사람 아닌 걸로 아는데요? 어머님 말씀으로는? 오늘 너무 조선의 여인 모드신가요? 우리 선보러 오는 사람들도 아닌데..ㅎㅎㅎㅎ"


혜진이 얘기했다.

"현수씨이..현수씨는 말이죠.

솔직히...정이 안 가요. "


"ㅎㅎㅎ제가요? 왜요?나 되게 괜찮은 남잔데?"


"저봐...내가 좋은 얘기하는 것도 아닌데.. 표정 하나 안 바뀌잖아..너무 인간미가 없어...별루야.."


"ㅎㅎㅎㅎ아..그런 거였어요? 그럼..저 막 못 되게 굴고, 성질 내고, 좀 드럽게 하고 다니고 그래야 합니까? ㅎㅎㅎ"


"아니..아니...솔직히 나이차이도 안 나는데 꼬박꼬박 존칭에...꼭 영업하는 사람처럼 매너가 몸에 뱄어. 왠지 틈이 없다고 해야하나?..음...뭐..무튼..몰라요..뭐 그래...당신..좀...음...재수없어."


"ㅎㅎㅎㅎ....사실 혜진씨한테는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래요. 우리 두번 보는 거지만 사실 처음 제주도에서 봤을 때 꼭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못 해서 마음 내내 안타까웠어요.

지금, 오늘 꼭 그날 못 했던 거 하고 싶은데..괜찮아요? "


취기가 오를대로 오른 혜진은 혹시라도 자신을 덮치는 상황이 오면 엄마한테 들었던 자신의 지난번 때의 괴력을 발휘해 어느 부위라도 물어뜯을 자신이 있어진 혜진은 대답했다.


"뭐요? 뭐가 하고 싶었는데요? 해 보세요...뭐 까짓거...뭐 이래 사람 많은데 뭐..어쩌실라구."


현수는 가만히 혜진의 옆자리로 가서는 웃고 있는 혜진을 꼬옥 안았다.

그리고 가만히 머리를 자신에게 기대게 하고 가볍게 머리를 만져 주었다.


혜진은 너무 놀라 몸을 빼내려 했지만 그의 포옹이 이성적이고 자극적인 포옹이 아님을 느꼈고 오히려 따뜻했으며 왠지 모를 눈물이 차 올라 눈을 감았다.


현수는 그녀를 놓아주고 난 뒤 어색해 할 듯해 현수는 일부러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앉자마자 혜진에게 냅킨을 건냈다.


그가 냅킨을 왜 자신에게 건내는지 몰랐던 혜진은 그제서야 자신이 울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혜진은 눈가의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원래 이렇게 뜬금없이 사람을 흔드는 사람인가요? 뭐예요? 나에 대해서 다 알아요? 왜 사람 울리고 그래요? 더 재수없어!!!"


"ㅎㅎㅎㅎ 왜그래요? 그냥 나 하고 싶은대로 했는데...나 이기적이게 행동했는데? ㅎㅎㅎㅎ"


"나한테 왜 이래요?"


"나 하고 싶은대로 말해도 되는 거예요? 그럼 혜진씨 해달라는 대로 해 줄 겁니까?"


"뭐...뭔데 그래요? 무섭게 갑자기?..

말해봐요.

뭐 들어보고 해 줄 수 있음 제가 신세 많이 졌으니까 감안해 볼께요. "


"저랑 한 달에 한번씩 주말에 배낭여행 가요. 가기 전에 사전 회의 위해 일주일 전에 미리 한번 만나기. "


"뭐...좋네요..그런거야 뭐...제가 더 좋죠. 여행 경험도 없는 저한테는 좋은 기회니까 오히려 제가 좋은 건데..뭐..이런 게 뭐가 이기적이라는 거예요?"


"저 싫으면 혜진씨가 나랑 가고 싶겠어요? 하하하하하"


"뭐야!!!!지금 저 떠본 거예요? 와아!!!! 이 사람 진짜 꾼이네!!! 순...바람둥이였어. 기술자야!!!!"


현수는 취기가 올라 자신에게 아무런 격없이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혜진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혜진은 늘 방어적이고 독기를 품고 있다고 자신을 얘기했지만 그 어떤 사람보다 여리고 상처에 취약한 혜진이 보여 그녀를 더욱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여자 친구 있잖아..이 사기꾼...나한테 왜 이러냐고..재수없어..흥!!!!"


"ㅎㅎㅎ있는지 없는지 혜진씨가 확인해 봤어요? 나 있다고도 한 적 없고, 없다고도 한적 없는데?ㅎㅎㅎ 없으면 혜진씨가 해 줘요. 내가 대답할테니까."


"이 능구렁이!!!! 여자한테 이래 잘 하는데 왜 여자가 없겠냐고요? 나 갖고 장난하면 천벌 받아요. 나 겨우 소생한 사람이라고!!!!"

약간은 혀가 꼬인 목소리의 혜진은 자꾸만 자신을 놀려먹는 이 남자가 짜증이 났다.


"ㅎㅎㅎㅎ 없어요. 그러니까 혜진씨가 해줘요. "


"뭐요? 웃기시네...흥!!! 안 믿어.. 에이씨!! 짜증나. 집에 갈래요. "


혜진은 일어났다가 다시 테이블로 돌아와 앉으며 눈에 힘을 주고 현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봐!!!! 권 현수씨!!! 사람을 이래 들었다놨다 하나? 나..알고 보면 무서운 사람이야! 왜 이래에에~~!!! 이씨!!! 앞으로!!!나!!! 당신하고 술 안 먹어!!! 에이씨!!!

아..왜..현수씨 만나면 맨날 나 왜 이렇게 못나 보이...냐..고..헤이씨..."


혜진은 계속 중얼거리다 테이블로 머리가 쓰러졌다.


현수는 혜진의 주량이 한 병이란 걸 오늘에서야 알았고 주사가 잠드는 것인지도 알았다.

현수는 혜진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어머니..현수입니다. ㅎㅎ"


"어..어..왠일이예요? 현수씨!!"


"에이..어머니!!! 말 편히 하시기로 하셨잖아요..ㅎㅎ 아..그런데 어쩌죠? 지난 번에 혜진씨 쓰러졌을 때 두 병이었는데..알고보니 주량이 한 병이네요? ㅎㅎ또 자고 있어서요..죄송합니다. 어머니!!!제가 잘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어쩔 줄 몰라하는 박여사의 목소리를 듣고 통화를 끝낸 현수는 혜진을 업었다.


"햐아!!!야아!!!뭐야..뭐야..나 걸을 수 있다고..아..내려!!!내려!!! 이씨!!! 너 뭐야!!!"


발버둥치는 혜진을 고쳐 업으며 현수가 말했다.


"혜진씨!!! 걸을 수 있는 거 알아요. 그런데 오늘은 제가 혜진씨 업어드리고 싶어요. 혜진씨 주량 알았으니까 다음부터는 같이 나란히 걸어갑시다?"


"아..나 좀 췠다..응응..근데요..현수씨!!! 나..남자 등에 처음 업혀보는 거다?.. 요?"


"ㅎㅎㅎ 아 ..진짜요? 와~!!! 전 여자들 몇 번 업어봤는데.."


"에이씨!!! 햐아!!!! 내 그럴 줄 알았어!! 이 바람둥이!!!!"

혜진이 마구 발버둥치자 현수가 휘청거리면서 유쾌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ㅎㅎㅎㅎ아..혜진씨!!!! 우리 할머니랑 여동생요. ㅎㅎㅎ넘어져요. 가만히 있어요."


혜진은 다시 현수의 등에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 날처럼 현수의 얼굴 옆으로 혜진의 머리카락이 쏟아졌고 혜진의 목소리가 현수 귀 바로 옆에서 울렸다.


"왜..현수씨는 나한테 잘 해 줘요? 씨이..자꾸 편하게 해 주니까 내가 이런 꼴 보이자나?..나..나도 괜찮은 모습 보여줄 수 있는데..맨날..헤이..씨!!! 이게 뭐냐고..씨!!!"


현수는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말했다.


"혜진씨!!! 내 앞에서 넘어져줘서 고마워요. 저도 알고보면 참 차가운 사람인데 그 날 이후로 저..완전 무장해제 됐어요..ㅎㅎ 저도 억울해요..여자한테 이렇게 막 들이대고 그런 사람아닌데...그러니까 저 막 대해도 되요. 지금 혜진씨가 저보다 우위라는 거 ...ㅎㅎ"


혜진은 그의 말이 의아했다. 지금 하는 현수의 말은 자기에게 편하게 해도 된다는 말인데...왜? 왜?

혜진은 더 머리가 복잡했다.



https://youtu.be/AfLZ1ThQXf8

그냥 처음부터 그대가 좋았는데 왜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까요? 그냥 그대가 너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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