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향 테스트를 했다.
여신의 성향으로 정리해 놓은 설문이었다.
나는 미의 여신, 비너스의 성향이 가장 많이 나왔다.
이성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성향이라고 했다.
강사 선생님은 박장대소 했다.
평소 반듯하고 캐주얼하고 털털한 내 모습을 전부인 줄 알고 계셨기 때문이리라.
그 항목에서 눈에 띄는 문구.
나는 좋아하는 이성관이 뚜렷이 있지는 않으나 연애하는데에는 별로 문제가 없다.
다시 물어보셨다.
진짜 그렇게 정확히 선호하는 이상형이 없냐고.
나는 물론 최소한의 기준은 있지만 보통 마음의 확신이 서면 이성이든, 동성이든 아무리 부족한 면이 많아도 그 사람의 장점에 촛점을 두게 되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몇 일 뒤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이와 비슷한 대화를 나눴다.
지인은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안된다며 그 기준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그 친구말고도 이성이든, 동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너무 시작부터 끝을 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 것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미리 다 계산을 해 놓는다.
이래서 안되고, 그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 된단다.
충분히 안 된다는 명확한 여러 이유가 있다는 걸 알지만 나는 괜히 피곤해져서 대화를 그만 두었다.
어떤 대상으로 사람을 만나든 무언가를 정해놓고 그 기준에 따라서 사람을 구분 짓는다는 건
자연스럽지 않아서 나는 영 불편하다.
사람마다의 성향이겠지만 나는 솔직히 겁도 많고 상처도 잘 받는 성격이라 방어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그 방어벽을 뚫어버릴 때가 더 많다.
어떤 종류의 사람이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
설령 누군가에게 뒷통수를 맞는 순간이 온다해도 나는 끝까지 지켜본다.
사람.
알고 보면 별 것도 없다.
누구든 결정적인 상황이 오면 이기적이고, 가볍다.
하지만 그 정도가 약한 정도의 사람이면 된다.
사람이 뭐가 그렇게 의리가 있고 성실하고 이타적일 수 있겠는가?
그저 약한 인간일 뿐이다.
그렇다.
나는 이성에든, 동성에든 사람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는 사람이다.
그렇게 최저치의 기대를 갖고 있는 내게 조차 실망을 주는 상대라면 뒤도 돌아보지 않을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아무리 좋은 사람을 자신의 주변에 두려고 촉을 세우고, 이리저리 재보아도 어떤 조건의 사람이라 하더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남을 사람은 남고 떠날 사람은 떠난다.
내 사람,
내가 원하는 사람,
내 기준에 적합한 사람이라 생각하더라도
상대가 아니라고 하면 그 뿐이다.
악수 하듯 맞잡은 손이라고 해도 한 쪽이 놓아버리면 속수무책이다.
다가오라고 하는 만큼 곁을 지켜주면 되는 것이다.
안 맞는 사람은 아무리 노력하고 시간을 주어도 더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하지만 미리 손을 놓거나 쉽게 등 돌린 적은 없었다.
그런 관계에서조차 내가 주기만 한 것이 아니라 또다른 나를 알게 된다는 것도 좋은 결과물이었기에 후회가 되지는 않았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지만
나약한 인간들끼리 조금의 온기를 나눠가질 수 있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일부러 솎아내고 솎아내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 별로 남아 있는 사람이 없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지금부터 그렇게 가릴 필요가 있을까 싶다.
모두 다 사랑할 필요는 없으나 밀어내지 않아도 된다.
맞지 않는다면 그 누군가는 벌써 뒷걸음 치기가 시작되는 것이 인간관계의 수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