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보다 지쳐서 그래..어느 여인의 안락사

by 바다에 지는 별

벳시 데이비스라는 사람의 기사를 봤다.

화가이자 행위 예술가인 그녀에게 찾아온 루게릭병.


모든 근육에 힘이 떨어지게 만들고 결국은 호흡하는 근육조차 힘을 잃어 사망하는 질환이다.



다양한 질환의 대상자들을 보며 지내는 나는

7년 째 같은 일을 하면서 동일질환으로 살아가는 분들을 몇 분 봤다.


다 여자 분들이었다.

기억에 남는 두 분이 있다.

두 분 다 무척 긍정적이고 한없이 부드럽지만 누구보다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들이었다.


한 분은 아예 와상상태였고 한 분은 계절이나 상태에 따라 활동량의 제한을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스스로의 의지대로 움직임이 가능 했다.


여느 때처럼 질환에 대해 상담하고, 편한 일상 대화들을 이어갔다.

그러다 대상자 분이 뜬금없이, 목소리의 변화도 없이 죽음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와상상태셨던 그 분은 아프기 전에 피아노를 맘껏 멋드러지게 쳤던 것처럼 그렇게 힘이 넘치게 한 번 쳐보고 죽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후회나 걱정은 없다고 했다.


지금 자신을 걱정하고 있는 사춘기 딸들에게 자신이 엄마가 아닌, 아이로 바껴버린 상황에 자신이 무슨 걱정을 하겠느냐고...


자신이 아프면서 남편은 어른이니 별걱정 안 하지만 아이들은 무척 걱정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 때문에 무척이나 강해져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 걱정이나 해야겠다 고 생각이 바꼈다면서 편안하고 유쾌한 웃음을 짓는 그녀.


진정 강한 여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맑고 명료한 정신이 육체에 꼼짝없이 갇히는 병.


사진의 주인공,화가였던 벳시 데이비스에게 갇힌다는 의미가 얼마나 큰 두려움과 슬픔이었을지 어렴풋하게 느껴진다.


누군가에게 큰 의미, 존재가 되려 살기보다 그저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우리들에게 오늘도 어제처럼 열심히는 살고 있지만 아무것도 내 뜻대로 살아갈 수 없는 순간이 온다면 그 지루하고 슬픈 하루하루를 견뎌낼 수 있을지 나또한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벳시는 거의 모든 근육에 힘이 떨어지고 있던 어느 날 1박2 일의 지인들과의 이별파티를 준비하지 않았을까?


그녀는 지인들과 그렇게 웃고 즐기고 한 명

한 명에게 이별인사를 하고 그녀의 계획대로 4시간 뒤에 조용히 안락사 한다.



그녀의 죽음을 미화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녀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진다.


할 수 있는 게 많든, 그녀처럼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든 각자의 인생을 살면서 그 정도의 차이겠지만 인생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공통적인 고백인 걸 봤을 때 누구에게나 인생은 버거운 숙제투성이이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


그래서 누군가는 벳시처럼 가던 길을 멈춰버리는 사람도 생기고 그 누군가는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을 것이다.


이런 기사에 자꾸만 눈이 가는 걸 보니

나도 어지간히 지쳤나 보다.


벳시라는 여인의 선택이 이해와 공감이 되는 걸 보면...


다들 열심히는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열심히를 언제까지 해야하는 걸까?


아직까지 살아가야 할 이유들도 충분히 있지만..

그래서 열심히는 살아가고 있지만 가끔은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하게 된다.






https://youtu.be/RcEeG2Qdbqc

아직은 아니겠지만 언젠가는 나도 사라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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