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지에 빨대 꽂히다. 2
오늘 점심 때 즈음 한 주택가를 지나가고 있었다.
차가 있어서 보이지 않았던 어떤 남자가
지나치는 나를 보고 허리를 굽혀 열중하던
어떤 일인가를 멈추고 많이 놀랐는지 걸음을 빨리해서 내 앞을 가로질러 갔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가던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의 걸음이 느려지더니 어느새 나를 바라보고 서서 궁시렁거리기 시작했다.
행색으로 보아 정상인 같아 보이지 않았고
그 남자는 내 예상대로 나에게 작지만 무척이나 멸시하는 목소리로 쌍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100m이상을 계속 따라 붙으며 내 뒷통수에 대고
욕을 해대었다.
나는 물론 그 사람이 정신 질환자임을 대충 넘겨 짚어 알고 있었지만 무방비 상태인 나에게 퍼붓는 그 음습한 폭언을 참을 수 없었다.
지금 이 작은 이벤트가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한 내 자신의 억울함으로 오래 기억될까 걱정이 되어 맞대응을 하기로 나는 마음 먹었다.
그래서 그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면서 돌변하지 않을 만큼의 반격을 하기로 했다.
바로 쳐다보지 않았지만 가던 길을 계속 가면서 그와 같은 쌍욕으로 나도 맞대응을 했다. ㅋㅋ(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냥 같은 수준으로 해 주는 것이 가장 옳다는 본능적인 반응이었음을 밝힌다. )
나는 비슷한 어조로, 똑같은 언어인 쌍욕을 선택 했고 (생각해 보니 내가 아는 쌍욕이 꽤 많았다. ㅋㅋㅋ)
최대한 그 무차별적인 쌍욕을 듣지 않기 위해
이어폰을 귀에 꽂을 때까지 나는 지속적인 같은 쌍욕언어를 선택해 읊조려 주었다.
큰 길로 나왔을 때 그는 더 이상 나를 따라오지 않았다.
그 남자는 내가 자신에게 반격할만한 힘이 별로 없는 여자인 것을 생각하고서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외형적으로 외소하고 내성적인 남자들이 여성들을 공격하는 범죄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아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지금도 그에게 내가 어떤 면으로 화나게 했는지 알 수 없다.
그냥 그는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문제로 화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아무리 질환이 있더라도 내가 그의 쌍욕을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요즘처럼 심란하고 스트레스 가득한 생활을 하는 내게 오늘의 일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서로 부딪히고 서로 상처 나기도, 내기도 하면서 살고 있는 우리들이다.
그 속에서 피해자가 될 때도 있고, 가해자가 될 때도 있다.
그럴 때 사람들은 그 경험으로 스스로를 방어하게 된다.
그 누구도 나를 상처주지 못 하도록 상대에게 최대한 가시를 돋우기도 하고, 공격하기도 하며, 같은 방법으로 상처를 주기도 한다.
때로는 무시하고 감정변화가 없이 무표정하고 무심하게 대하기도 한다.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존재가 함부로 공격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어방법인 것이다.
직장이든, 인간관계이든 사람이 사람을 힘들게 한다.
나쁜 사람도 분명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특히나 직장생활에서의 악역을 하는 사람들은 사람 자체가 나쁘다기 보다 자신의 개인적인 욕심에서부터 그 악역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이익과 승진을 위해 인간성이나 상대의 이익까지도 탐내면서 인간성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런 인간으로서의 인간스러움을 포기하고 자신의 욕심을 차리고 난 후 충족되면 그 때서야 정신이 돌아오고 슬그머니 또 인간인 척 다가와 앉는 사람들을 보며 환멸을 느꼈다.
특히나 내 주변에는 이런 종류 사람들이 대부분 50줄을 훨씬 넘긴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정말 의아하기도 하지만 동료로서, 사람으로서 대면해주기 싫을 정도이다.
그렇다.
나이값이란 단어는 자신의 이기심 앞에 값싼 싸구려 휴지쪼가리 밖에 되지 않는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는 5살 떼쟁이로 돌변할 수도 있고, 유치하기 이를 데 없는 초딩이 될 수 있다.
모든 연령대를 오갈 수 있는 그들의 정신세계에 나는 모든 말을 아끼고 무시로 일관할 때가 많았다.
큰 아이를 키우던 2년 여의 시간을 빼고는 한 번도 쉬지 않고 직장생활을 했지만 솔직히 지친다.
이해관계 때문에 생기는 많은 일들이 넌덜머리가 난다.
과연 직장생활, 조직이란 곳에서 인간냄새 나는 사람은 없는 것일까?
다들 최대한 자신에게 일이 떨어지지 않도록 여기저기로 toss하기 바쁘고, 자신의 소그룹을 보호하기 위해 타조직과 물고 뜯고, 험담하고...
나는 솔직히 직장상사들의 그 가면이란 것이 너무 무섭고 소름끼친다.
누군들 그 나이 되도록 직장생활이 즐거울 수야 없지만 전화통화가 끝나고 다른 곳으로 전화를 할 때의 또다른 가면을 수시로 바꿔쓰는 그 모습에서 인간적으로는 가여움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악취가 심하게 느껴져 파티션으로 고개를 숙이고 인상을 썼다.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인가?
시간을 보내고 일에 적응이 되면 나도 좀 편해질 수 있을까?
직장이란게...사람이란 게...관계라는 게 이런 식으로 밖에 흘러 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내가 아는 주변에서는 진정 인간미 나고 상대를 배려해 주는 진정 상사다운 사람은 없는 것일까?
아직은 견뎌내야 하는 시간이기에 나는 최대한 무표정하게 입을 일자로 꾸욱 다물고 하루종일 말이 없다.
이것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자기방어이다.
그들에게 있어 내가 싫고 좋음이 있겠는가?
그저 그들에게 내가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자꾸 성가신 일이 생기니
(나는 아직 적응을 못했다. 새 직장에...) 그냥 귀찮은 것 뿐이다.
어차피 내 존재라는 것은 그냥 일적으로 얽혀 있는 사람일 뿐이다.
더 심각해질 필요도, 더 예민하게 굴 필요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못 할 일도 해내면 된다. (참 결론이 간단하네..ㅋㅋㅋ)
그 정신질환자의 독설과 쌍욕의 근원이 전두엽에서 시작되었든, 후두엽에서 시작되었든 나는 그네들의 정신세계를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저 서로를 건드리지 말고 최대한 내 일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내 일보다 더 하라고 하면...
자신의 승진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라고 하면 죽은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내가 쓸모가 있든 없든 그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에게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만 궁금한 사람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