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그녀

by 바다에 지는 별

현재 팀에서 나는 막내이다.

(사십 줄에 막내라니..!!)


가끔 애교 만발하면 동료들에게 언니라고도 부른다. ㅋ


그런데 중간 동료 언니가 급하게 퇴근을 서두른다.

둘 째 녀석이 학교를 무단 결석해서 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가야 한단다.



아들 셋과 그 세 녀석 못지 않게 그녀를 갈급해 하는 남편, 네 명의 남자 속에 파 묻혀 사는 그녀는 항상 씩씩하고 쾌활했다.


나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난 한 녀석만으로도 늘 전쟁을 치르고 뚜껑이 열렸다 닫혔다..양은 주전자같은 매일을 보내는데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왠지 현실적이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분명 뭐가 있을 거야...그렇지 않고서는 네 명의 남자 사이에서 저렇게 밝고 행복해 보일리가 없어...'

라고 생각하며 나는 늘 그녀의 속 마음을

가자미 눈을 하고 관찰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수상해..


아들 학교를 간다고 하는 그녀가 오히려 전의를 불태우는 모습이 역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며 칠이 지나서 우연히 같이 점심을 먹고 잠시 산책을 하던 중 그 뒷 얘기를 했다.


어쨌든 자신은 엄마이지만 아들이 잘 못한 것이지 엄마인 자신이 사과할 일은 아니었기에 집에 가서 정장을 차려 입고 완벽히 화장을 하고 학교로 향했다고 했다.



알고 보니 아들은 중학교 내내 사교성이 좋고

참 밝은 아이였으나 고등학교 들어와서는 파벌을 짓는 아이들과 마찰이 있으면서 학교생활이 많이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들은 자퇴까지 얘기를 했었으나 본인이 마음을 잘 추스리고 2학년을 다니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엄마인 그녀는 아들이 고마웠다고 했다.


그런 아들에게 칭찬하면서 아들 인생에 한 번 뿐인 시간을 그런 종류의 아이들 때문에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아들은 그렇게 무단 결석을 했던 것이다.


배신감도 들었을 테고 좋아졌을 것이라고 믿었던 기대들이 무너지면서 화도 났을텐데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에서 당당히 말했다고 했다.



자신의 아들은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좋은 결정을 할 줄 아는 아이이고 그 전에도 무척이나 바르고 착한 아이였으니 앞으로도 잘 할 것이라고....그럴 거라고 믿는다고...

(나는..그런 그녀에게 그런 맨트는 선생님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라고 했다가 한 대 맞을 뻔 했다. ㅡ.ㅜ)



그러니 무단 결근 한 번에 그렇게 아이를 나무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잘 타이르겠으니 자신의 아들을 색안경 끼고 보거나 너무 혼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넉넉하게 품어 주는 엄마...부럽다..


나는 적잖이 놀랐다

이런 강단 있는 여자가 있구나 싶었다.


가끔 내 주변에는 이렇게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아들에 대한 믿음.

엄마로서 참 필요한 자질이지만 사실 요즘처럼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참 가져지지가 않는 자질인 것이다.


나도 가끔 아이들의 상담을 하기도 한다.

상담하다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인 어른들만 걱정하고 고민하고, 불안해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방황하고 힘들어하는 어린 친구들도 자신에 대한 깊은 고민과 불안과 걱정들이 마음 깊은 곳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때가 많다.


그저 철없어 보이고 아무 생각없이 살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그런 아이들에 대한 믿음.

그것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고 확신시켜 줄 때 어쩌면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아이들은 자신을 믿고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언제나 글로 배우는 지식은 응용력이 떨어지는 법.

알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불안한 대한민국 엄마.




위에 딸아이가 있어서인지 언제나 아들인 둘 째 녀석은 언제나 나의 숙제이고, 나의 뜨거운 감자다.

그래서 출근하면 언제나 나의 첫 대화 시작은 녀석의 뒷담화이다.


그런 내게 그녀는 쾌활하다 못해 쨍한 웃음소리로 답을 한다.


그리고 나서 항상 내게 던지는 말..


"선생니임.....그러지마아...아직 애잖아?ㅎㅎㅎㅎㅎ"


아니..무슨 속에 부처님이 들었나? 예수님이 들었나? 성모 마리아님이 들었나?

맨날 나만 뭐라고 한다.


아들 셋을 키우고 어른 아들 한 명 키우는 그녀의 내공은 도대체 어디가 한계란 말인가?



당분간은 가자미 눈을 뜨고 찬찬히 연구를 해 봐야 할 것 같다.

뭐하는 사람인지..

뭐 하고 살았던 사람인지..

어떻게 컸는지...

좀 조사를 해 봐야 이해가 좀 되지 싶다.


어떻게 저렇게 멋질 수 있지?


나도 우리 아들한테 저렇게 멋진 엄마였으면 좋으련만...

미안하다..아들아...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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